며칠 전 늦은 점심시간이었다. 주차장 관리를 하느라 빙빙 돌고 있는데 가게 쪽에서 어르신 한 분이 혼자 걸어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조금 전에 분명히 예약실에서 가족들과 식사하시는 모습을 뵈었는데 어째서 혼자 나오시는 걸까 싶었다. 휘청이는 모습이 불안해 보여 가만히 주시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갑자기 한 손을 뻗어 머리 쪽으로 가져가는가 싶더니 머리에는 손이 닿지도 못하고 그대로 팔을 뻗은 채 멈춰버린 것이었다. 급하게 다가가 마침 옆에 있던 의자로 어르신을 이끌었다. 당황한 채 어찌할 바를 몰라 주변을 두리번거리니 가게 이모 한 분이 지나가는 게 보였다.
“이모! 예약실에 어르신 가족들 있으니까 빨리 나와보라고 하세요. 어르신이 편찮으신 것 같아요!”
그러고는 되는 대로 어르신의 팔과 손을 주물렀다.
“어르신! 지금 어르신 편찮으신 거 같아서 제가 좀 주물러 드릴게요. 제 손이 딱 봐도 약손 같이 생겼죠? 가게에 식구들 데리러 갔으니까 조금만 기다리셔요.”
어르신을 안심시키느라 하는 말이었지만 사실 내가 더 당황해서 정신이 없었다. 무슨 이유인지 알 것도 같았다. 가게에서 가족들이 식사하고 있을 때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더랬다. 지나가며 귀동냥으로 엿들은 얘기로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아버지와 아들들 사이에 지지하는 후보가 달라 언쟁이 일어난 듯 보였다. 아들은 아버지가 옛날 분이라 뭘 잘 모르신다 생각하고 열심히 설득하려 했고 아버지는 당신이 살아온 경험이 있으시니 그에 비추어 당신의 판단이 옳다고 주장하는 것이었다.
혼자 걸어 나오신 걸로 보아 아무래도 식구들에게 단단히 화가 나신 듯했다. 어르신이 모진 말씀을 하시고 일어섰을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화장실이라도 가다가 곱씹어보니 괘씸해 그 길로 나와 버렸을 수도 있다. 사정이야 있었겠지만 그래도 식사 자리를 혼자 박차고 나오신 어르신을 누구도 따라 나오지 않은 것은 내가 다 속상했다.
잠시 후, 가족들이 헐레벌떡 다가왔고 얼른 병원에 모시고 가야 할 것 같다는 말과 함께 나는 어르신을 가족들 손에 인계해 드렸다.
이번에는 극단적인 상황이기는 했지만 요즘 가게에서는 이와 비슷한 상황이 심심찮게 눈에 뜨이곤 한다. 학연이나 지연 때문에 지지하는 후보가 달라서, 전주-완주 통합에 의견이 엇갈려서, 개인적 경험에 의해 누구는 절대 안 된다는 주장이 있어서 실컷 밥을 나누는 자리에서 언성이 높아지고 얼굴을 붉히는 것이다.
그렇게 화내면서 먹으면 뜨신 죽이라도 체할 텐데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정치적인 문제로 다투는 모습이 보이면 나는 슬그머니 꽁무니를 빼곤 한다. 나 같은 장삼이사(張三李四)에게도 귀가 솔깃한 이야기가 이리저리 흘러들어오는 것이 선거철이고 또 자칫 잘못하면 어느 한 편으로 소문나 두고두고 불편과 어려움을 겪게 되는 상황은 피하려는 것이다.
그런데도 자꾸 이런저런 연을 끌어 붙이며 어느 한 편으로 인연 지으려는 사람들 때문에 선거철에는 오히려 사람들을 피하게 된다. 각별하다고 생각해 그러는 거라고 좋게 생각하려 하지만 대체로 그러한 일들은 마무리가 좋지 않았다.
솔직히 고백하건대, 사실은 팔랑거리는 내 마음 때문이다. 얄팍한 이익에 자꾸 흔들리는 마음 말이다. 머리로는 ‘함께 잘 사는 세상이 옳다’고 생각하지만 시시때때로 마음을 흔드는 것은 ‘내가 잘 사는 것’이다. 그러니 애당초 유혹은 피하는 수밖에.
그러니 ‘함께 잘 사는 세상’을 오래도록 꿈꿀 수 있도록 저 좀 흔들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