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문화자산 전주세계소리축제, ‘조직 안정’으로 재도약 기틀 세워야

성과주의 매몰된 시스템 정비와 전북도 인식전환이 첫 단추 인물 교체 넘어선 체질 개선 시험대 …장기적 안목과 비전 필요

전주세계소리축제 로고.

축제 사유화와 도지사 측근 임금 특혜, 조직 운영 논란 등으로 홍역을 치른 전주세계소리축제조직위원회가 최근 신임 조직위원장을 선출하며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하지만 조직을 둘러싼 위기감은 여전하다.

9일 전북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조직위에서 벌어진 문제의 본질은 25년간 조직을 불안정한 임시기구 형태로 방치해온 구조적 모순과 위기상황에서도 자율성을 이유로 관리·감독의 책임을 다하지 않은 전북도의 방관에 있다는 지적이다.

소리축제는 올해로 26회째를 맞았으나 운영 주체는 여전히 임시조직이라는 불안정한 틀에 갇혀 있다. 보통 조직위는 올림픽처럼 단발성 행사를 위해 꾸려지는 한시적 기구 형태다. 소리축제는 20년 넘게 상설 축제로 운영되다보니 고용 불안과 조직의 연속성 결여가 불가피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소리축제 관계자는 “지난 20년간 전북도는 조직이 뿌리를 내릴 시스템은 고민하지 않은 채 매년 당장의 관객수 같은 화려한 성과에만 치중했었다”며 “성과를 쫓느라 뿌리가 썩어가는 줄도 몰랐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처럼 구조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이 반복되면서 축제를 담당하는 구성원들의 이탈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에만 축제조직위에서 퇴사한 인원이 부장과 팀장 등 관리자급을 포함해 6명 이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더욱 큰 문제는 관리·감독기관인 전북도의 무책임한 태도다. 도는 이번 조직위원장 인선 과정에서도 개입을 최소화하겠다는 원칙을 내세웠으나, 현장에서는 사실상 기능이 마비된 조직에 인사검증 책임을 통째로 떠넘겼다는 비판이 나온다. 관리자급 인원이 대거 퇴사한 상황에서도 도는 “인사는 조직의 고유권한”이라며 거리를 뒀다. 실제로 이번 인선 과정에서 외부 추천위원이나 조직위원들의 의견수렴 절차는 따로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대신 쇄신의 대상인 내부 실무진이 차기 조직위원장 후보를 물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유응렬 소리축제 사무국장은 “외부 추천위원회를 열거나 조직위원에게 추천을 받아서 인선이 이뤄졌다면 좋았겠지만 상황적으로 어려움이 있었다”며 “소리축제 내부 규정이 현실과 동떨어지는 부분이 있고 보완과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고 있다. 조직위원장이 선출된 만큼 축제가 안정화를 찾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 탓에 차기 집행위원장 선임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베테랑 문화기획자 A씨와 예술경영 및 정책을 연구해온 학계 전문가 B씨, 전통예술의 보존‧전승에 앞장서 온 국악계 중진 인사 C씨 등이 자천타천 거론되고 있으나 인선 작업은 답보 상태다. 조직이 불안정하다는 소문에 후보들이 잇따라 고사하고 있어서다.

조직위는 인력난 속에서도 설 명절 전까지 후보를 확정해 2월 말에는 선임 절차를 마무리하겠다는 구상이다. 

지역 문화계에서는 소리축제가 위기를 넘어 제자리를 되찾으려면 전북도가 축제를 바라보는 시각부터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문화계 관계자는 “전북도는 문화적 가치를 지닌 소리축제를 파트너가 아닌 귀찮은 하청업체쯤으로 취급해 왔다”고 꼬집으며 “당장 눈앞의 성과 채우기에 급급한 태도를 버리고 예술가와 함께 성장하는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해야 25년간 쌓아온 소중한 문화자산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번 진통이 일회성 질책을 넘어 근본적 체질 개선의 변곡점이 될지 주목된다.

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