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주당, 전북이 텃밭이라 만만한가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합당 논의 과정에서 ‘6·3 지방선거 전북도지사 공천권’을 협상 카드 중 하나로 거론했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분명한 경위를 밝혀야겠지만 참으로 어처구니없고 기가 찰 일이다. 전북을 얼마나 만만하게 봤으면 이런 얘기가 나올 수 있는가. 전북은 국민의힘 정부에서 무시당하고 도민들이 표를 몰아준 민주당에서도 팽(烹) 당하고 있는 모양새다. ‘주머니 속 공깃돌’이라는 말이 딱 맞을듯하다. 전북 정치권은 이번 사태의 전말을 도민들에게 소상히 밝히고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발단은 정청래 대표가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통합문제를 제기한 이후, 민주당 사무처가 자체 작성한 대외비 문건에서 비롯되었다. 민주당의 ‘합당 절차 및 추진 일정 검토(안)’ 문건에는 합당 추진 일정과 합당 시 경선 및 공천 등의 내용이 들어 있다고 한다. 특히 여기에는 ‘전북도지사 공천권을 (조국혁신당에) 제공하려 했다’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민주당 일부 최고위원들은 ‘밀실 합의’라며 합당 논의를 당장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도내 정치권과 시민단체도 발끈하고 나섰다. 6·3 지방선거에 도지사 후보로 나선 안호영 의원과 김관영 지사는 ‘도민에 대한 모독’, ‘전북도민의 자존심 훼손’이라며 한목소리로 불쾌감을 표했다. 참여자치시민연대도 “밀약 의혹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면서 문건 작성 경위와 책임 주체, 지역 권력 배분 논의 여부를 밝히고 합당 논의의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반면 조국혁신당은 “어떠한 공직도 합당의 조건이나 거래 대상으로 논의한 사실이 없다”며 “전북도지사 공천 거래설은 허위”라고 못 박았다.

전북을 포함한 호남은 흔히 민주당의 텃밭이라 불린다. ‘민주당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된다’고 할 정도다. 그래서 그런지 민주당 중앙당은 걸핏하면 전북정치를 주체가 아닌 ‘거래 대상’이나 ‘들러리’로 생각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 지난 총선에서도 전북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했던 전주을 지역구를 전략경선으로 확정했다. 부득이한 측면이 없지 않았겠으나 전북쯤은 마음대로 주물러도 된다는 오만이 깃들어 있다. 도내 정치권은 이를 일시적 해프닝으로 생각해선 안되며 중앙당에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길 바란다. 짝사랑에도 임계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