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대한방직 부지, 멈춰 있던 시간 깨우다
전주서부신시가지 내 20년 넘게 활용되지 못했던 옛 대한방직 부지가 본격적인 개발 절차에 들어갔다. 녹슨 굴뚝과 노후 공장 건물이 자리하던 공간에 관광 타워와 주거·상업·문화·공공 기능이 결합한 복합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1970년대 조성된 옛 대한방직 전주공장은 한때 1000여 명이 근무하며 전북 섬유산업과 지역 제조업을 이끌던 산업화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섬유산업이 쇠퇴하고 생산기지가 해외로 이전하면서 공장은 문을 닫았다. 이후 도심 한복판의 거대한 공장 단지는 철조망에 둘러싸인 채 장기간 방치됐다. 2000년대 이후 서부신시가지가 형성되며 주변은 빠르게 신도심으로 변화했지만, 대한방직 부지만은 공업지역 모습 그대로 남아 ‘도심 속 단절된 섬’으로 남았다.
도심 한복판에 23만㎡가 넘는 대규모 부지가 수십 년 동안 제 기능을 하지 못한 채 남아있다는 사실은 도시 구조 측면에서 커다란 손실이었다. 단절된 공간은 주변 상권의 흐름을 가로막았고, 기반 시설 확충과 도시 재편의 기회 역시 제한해 왔다.
전주 대변혁 출발점의 신호탄
지난 2017년 ㈜자광은 대한방직 부지를 1980억 원에 매입했다. 이후 7년 만에 도시계획 변경 사전협상 대상지로 지정돼 2024년 12월 전주시와 사업 시행 협약을 체결하며 본격적인 개발 단계에 들어섰다.
지난해 9월 ‘전주 관광타워복합개발사업’ 주택건설 사업계획이 승인되면서 사업은 본궤도에 올랐다. 총사업비 6조 4000억 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의 상징은 470m 높이의 관광 타워 전망대로, 360도 파노라마 뷰로 설계돼 도심 한복판에서 새만금 일대까지 조망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될 계획이다. 전주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관광 타워는 연간 30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찾는 관광 명소로 기능하며, 전주시 관광산업 전반에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49층 규모의 주상복합 아파트 3536세대와 200실 규모의 8층 호텔, 복합쇼핑몰도 2030년까지 완공될 예정이다. 주거·상업·문화시설이 결합한 복합 공간이 형성되면 도심의 상시 유동 인구는 증가하고, 상권과 생활 인프라의 밀도는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그동안 유휴부지로 인해 단절됐던 생활권이 다시 이어지며, 정체돼 있던 도시의 흐름에도 새로운 활력이 더해질 것이다.
이 사업으로 전주시는 용도지역 변경에 따른 토지가치 상승분을 공공기여로 환수해 총 2528억 원을 확보했다. 이 가운데 1100억 원은 △홍산로 지하차도 개설 △홍산교~서곡교 언더패스 설치 △마전교 확장 △마전들로 교량 신설 △세내로 확장 △효자5동 주민센터 신축 등 교통망과 생활 인프라 확충에 투입된다. 나머지 1428억 원은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과 기반 시설 설치에 활용될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도로, 경관녹지, 근린공원, 공영 지하주차장 등 약 467억 원 규모의 시설이 무상 귀속되며, 360억 원이 투입되는 전주시립미술관은 건립 이후 전주시에 기부채납될 예정이다. 또한 ㈜자광은 지역사회 공공기여 증대를 위해 △교육 장려 △소외 계층 돌봄 △지역 문화 지원 △지역 경제 상생 등의 사업을 공사 준공 후 연간 25억 원 이상씩 20년간 자발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공공시설과 현금 환원을 합치면 총 3855억 원의 규모에 달한다.
부지 개발은 생활 인프라 확충을 넘어 지역 경제 전반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북대학교 경제연구소는 공사 기간 건설·장비·자재·숙박·식음 분야는 물론, 중소상인 중심의 소비 유발 효과까지 더해 연간 2조 5000억 원 규모의 경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사업 협약에는 개발사업 공사 시 지역업체 30% 이상, 공공시설 공사 시 50% 이상 참여를 명시해 지역 경제와의 직접적인 연결 구조도 마련됐다. 이에 따라 공사 기간 중 약 3만 개, 향후 복합시설 운영 단계에서는 약 3천 개의 상시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추산된다.
전주 관광 타워, 새로운 도심 관광 거점으로
국내외 주요 도시들은 대형 타워를 단순한 관광 명소를 넘어 사람과 자본이 순환하는 핵심 거점으로 활용해 왔다. 남산서울타워, 도쿄 스카이트리, 마카오 타워는 관광·상업·문화 기능을 집적해 방문객의 체류 시간을 늘리고, 주변 상권과 도시 공간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런 사례들은 초고층 타워가 도시 브랜드를 강화하는 동시에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엣 대한방직 부지에 들어설 관광 타워 역시 전망대 관람을 중심으로 문화·상업·주거 기능이 어우러진 복합 공간으로 조성돼 방문객의 체류를 자연스럽게 유도하고 인근 상권과 생활권으로 소비가 이어지는 구조로 계획됐다. 관광 수요가 특정 지점에 집중되지 않고 도심 전반으로 확장되며, 지역 경제 전반에 새로운 동력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관광 타워는 전주의 새로운 스카이라인을 형성하는 상징적 건축물이자 도심 관광 거점으로 자리매김하며, 기존의 공장 부지는 관광과 일상이 공존하는 도시 공간으로 재편돼 전주의 미래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기반이 될 전망이다.
우범기 전주시장 “전주의 미래 100년 책임질 사업”
“MICE 복합단지 조성과 옛 대한방직 부지 개발은 전주의 향후 100년을 책임질 핵심 사업입니다.”
우범기 전주시장은 “MICE 복합단지 조성은 전주시가 직접 추진하는 공공사업이고 옛 대한방직 부지 개발은 민간이 주도하는 사업”이라며 “추진 주체와 방식은 다르지만, 두 사업은 전주시의 도시 구조를 재편하고 도시 경쟁력을 높인다는 점에서 하나의 방향성을 공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시·회의·문화·창업·숙박·상업 기능이 결합한 MICE 복합단지는 전주 경제의 거점이 되고, 관광 타워와 주거·상업·문화·공공 기능이 어우러진 복합시설은 관광·상업의 중심이 되어 지역 경제의 활력을 되찾고, 전주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 시장은 “공공과 민간이 함께 만들어 가는 이 변화가 전주를 강한 경제도시이자 글로벌 MICE 거점도시로 도약시키는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정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