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문학은 책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어린이를 만날 때 완성된다고 생각합니다.”
제21대 전북아동문학회 회장으로 추대된 박월선(57·전남 완도) 아동문학가는 이처럼 인터뷰 내내 ‘어린이와의 거리’를 가장 많이 언급했다. 올해로 창립 55주년을 맞은 전북아동문학회의 새 수장으로 나선 그는 “선배 작가들이 닦아놓은 토양 위에서 젊은 작가들과 어린이를 잇는 중간 역할을 맡고 싶다”며 “소외된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주는 아동문학이 되도록 현장으로 더 가까이 다가가겠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1998년 전북아동문학회에 가입한 후 28년 동안 꾸준히 활동해 온 인물로, 조직 내에서 사무국장과 부회장을 역임하며 단체 운영의 중심에서 역할을 맡아왔다. 그는 “여러 차례 회장직 제안을 받았지만, 스스로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해왔다”며 “젊은 작가들이 아동문학계 안에서 더 활발히 활동할 수 있도록 돕는 가교 역할이 필요하다는 권유에 책임감을 느끼고 회장을 맡게 됐다”고 말했다.
신임 회장은 아동문학의 본질을 ‘어린이를 위한 문학’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자리로 되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초등학교 교사 출신 작가들이 아이들과 밀착된 현장에서 글을 써왔던 것처럼, 오늘날의 아동문학 역시 어린이의 삶과 분리돼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다. 그는 “요즘 젊은 작가들 가운데는 주부이자 양육자, 혹은 독서지도와 책 놀이 활동을 병행하는 이들이 많다”며 “아이들과 함께한 경험이 자연스럽게 작품이 되고, 그 작품을 다시 들고 아이들을 만나는 구조가 건강한 아동문학의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향으로 박 회장은 ‘책으로 끝나지 않는 아동문학’을 올해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회원들이 출판한 작품을 중심으로 작은 도서관과 지역 곳곳을 찾아가 북토크와 작가 만남을 확대하고, 문화 접근성이 낮은 어린이들과의 접점을 넓히겠다는 계획이다.
변화한 미디어 환경에 대한 대응 역시 주요 과제다. 박 회장은 어린이들의 콘텐츠 소비 방식이 영상 중심으로 바뀐 현실을 부정하기보다, 아동문학이 이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북아동문학회 역시 회원들의 작품을 주제로 한 북토크를 영상으로 제작해 유튜브와 SNS를 통해 공개하는 시도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박 신임 회장은 창작자로서의 경험 역시 두터운 인물로, 이 또한 그의 리더십을 설명하는 중요한 배경이다, 실제 그는 동화뿐 아닌 그림책, 오디오북 등 다양한 형식의 작업에 꾸준히 도전해왔다. 그는 “아이들이 글에 부담을 느낄 때 그림책은 가장 가까운 장르가 될 수 있다”며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동심을 표현하려는 용기가 있다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시도가 주변 작가들에게도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줬다는 평가다.
박 씨는 아동문학이 한 아이의 삶을 바꿀 힘을 지니고 있다고 믿는다. 그는 작가 특강을 갔던 한 초등학교에서 장애가 있던 어린이가 쓴 동시가 신문 지면에 소개된 뒤, 아이의 표정과 태도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는 경험을 떠올렸다. “시 한 편이 아이에게는 자신감을 주고, 삶을 바라보는 눈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2년 임기의 회장직을 맡은 박월선 회장은 전북아동문학회가 앞으로도 어린이 곁을 지키는 단체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희망을 건네는 일이 있다면, 우리는 언제든 책을 들고 어린이를 만나야 한다”며 “아동문학이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아이에게 먼저 다가가는 역할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전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