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부터 나와서 자리 잡았당게, 추워 죽겄어.”
‘민족 대명절’ 설 연휴를 사흘 앞둔 11일에 찾은 임실시장은 이른 아침부터 들썩였다. 출근 시간 전인 오전 8시부터 임실시장은 대낮처럼 분주했다.
읍내에 있는 임실시장은 상설 시장으로 운영되고 있어 1년 365일 이용할 수 있다. 매월 1과 6으로 끝나는 1, 6, 11, 16, 21, 26일은 5일장이 열린다. 대형마트가 없는 임실은 전통시장이 곧 대형마트고, 그중에서도 5일장은 ‘핫 플레이스‘로 여겨진다.
핫플답게 시장 곳곳에서 “오랜만이에요!”,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요?” 등 안부를 묻는 정겨운 인사가 들렸다. 모두 인사가 끝나자마자 간단한 대화를 나눈 뒤 같이 장 보러 움직이기도 했다.
상인들의 호객 소리가 점점 커졌다. 물건을 사든 안 사든 예외 없이 상점 앞을 지나가는 손님에게 “이건 만 원, 저건 오천 원!”, “싸게 드릴게”, “보고 가셔”라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상점마다 긴 줄이 늘어서면서 직원 대여섯 명이 나와서 손님을 응대했다. 평소 혼자 손님을 맞이했던 상인들은 가족, 친구까지 총동원했다.
생선 가게를 운영하는 김범신(29) 씨는 “부모님은 야채 가게, 저는 생선 가게를 운영 중이다. 명절만 되면 손이 부족할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와서 친한 동생들이 가게를 도와주곤 한다. 아마 오후에는 더 많이 몰릴 듯하다”고 말했다.
임실시장은 어느 때보다 활기찬 모습이었다. 야채, 과일, 생선, 떡 등 가판대에 올려 놓자마자 곧바로 물건이 팔렸다. 일주일에 한 번씩 임실시장을 찾는다는 최낙선(80) 씨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최 씨는 “아무래도 대목장이니까 오후에 오면 물건도 없고, 사람 많을까 봐 아침 일찍 왔다. 오전에는 사람이 없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많다“며 멋쩍어했다.
양손 무겁게 임실시장을 벗어나는 손님들은 하나같이 시계를 보면서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들이 향한 곳은 시장 바로 옆에 있는 시외버스터미널이었다. 이미 내부는 버스를 기다리는 손님과 짐으로 가득 찼다.
이에 버스 검표원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반복해서 “질서를 지켜 주세요!”, “미리 버스표 준비해 주세요!”라고 안내했지만, 몰려드는 인파를 통제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버스를 기다리는 승객들은 “이렇게 사람이 많은 건 처음이다”, “대목은 대목이네”라는 반응을 보였다.
관촌행 버스를 기다리던 김갑순(93) 씨는 “5일장 열리는 날이어서 버스 30분 타고 읍내에 나왔다. 오늘 사람이 정말 많은 것 같다”면서 “집 주변에 농협 하나로마트가 있긴 한데, 다 포장돼 있어서 양을 가늠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임실시장에 왔다”고 했다.
원소정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