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 사람을 키우는 한학자 박수섭 선생

 

박수섭 선생

“사람을 남기는 공부, 사람을 키우는 공부, 그게 한학입니다.”

글자보다 먼저 마음을 읽고, 시험보다 먼저 삶을 가르치던 스승.

장수의 한학자 박수섭 선생은 수십 년 동안 한결같이 그렇게 살아왔다.

전북특별자치도 ‘빛나는 도서관’ 사업 2025년 구술 대상자로 선정된 박수섭 선생은 『전북의 맥, 전북 사람Ⅲ』의 주인공으로 전북의 삶과 기억을 기록하는 인물로 공식 기록됐다.

박수섭 선생이 한학을 평생의 길로 삼게 된 계기는 “어릴 때 서당에서 천자문을 익히면서 글자보다 먼저 ‘사람이 되는 법’을 배우고 공부는 출세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사람을 키우는 일이라는 걸 그때 깨달았다”고 회고했다.

박 선생은 이후 수십 년 동안 향토 한학 강독과 인문 교육을 이어오며 지역 주민들과 함께 호흡해 왔다.

요즘 세대에게 한학은 낡은 학문이라는 인식도 있지만 한학은 이 시대에 더 필요한 공부다.

그는 “사서삼경에는 인간관계, 책임, 절제, 공동체 같은 삶의 기본이 담겨 있으며 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사람이 지켜야 할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박 선생의 강의는 늘 일상의 문제와 맞닿아 있다.

가정에서의 대화, 마을에서의 예절, 어른과 아이의 관계까지 그의 한학은 소소한 생활 속 인문학으로 스며들어 있다.

“가장 큰 보람은 제자들이 ‘사람’으로 남아 있다는 겁니다, 어느 자리에서 무엇을 했느냐보다, 어떤 사람으로 살고 있는지를 들을 때 가장 기쁩니다” 공부는 결국 사람을 남기는 일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그의 곁을 거쳐 간 제자들이 현재 다양한 분야에서 각자의 삶을 이어가며 이를 증명하고 있다.

전북특별자치도가 지역의 시간을 살아온 어르신들의 삶을 기록한 세 번째 생애 구술기록집 『전북의 맥, 전북 사람Ⅲ』에는 박수섭 선생 개인의 생애뿐 아니라 장수의 골목과 서당, 농촌 공동체의 일상이 함께 기록됐다.

“이 책은 제 자서전이 아닙니다. 제가 만난 장수 사람들의 삶과 기억이 함께 담긴 기록이죠. 제 이름보다 그분들의 삶이 오래 남았으면 합니다.”

전북특별자치도문화원연합회는 박 선생의 삶을 지역 인문 정신을 지켜낸 대표 생활형 한학자로 평가하고 있다.

그의 삶은 이제 전북이 스스로의 정신과 정체성을 기억하는 공공 문화자산으로 남았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 속에서도 박 선생은 오늘도 붓을 들고 사람을 이야기한다.

사람을 키우는 공부, 사람을 남기는 삶.

박수섭 선생의 한학은 지금도 조용히 이어지고 있다.

장수=이재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