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무형문화유산 제55호 소목장 전승자 소병진 명장의 기술과 기증품을 체계적으로 보존·활용하기 위한 박물관 건립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완주군의 박물관 건립 약속이 사실상 진척을 보지 못하는 사이, 타 지역에서 소 명장의 박물관 건립 제안이 이어지면서 자칫 소중한 지역 문화자산의 유출이 우려되고 있다.
소병진 소목장은 전주장(全州欌) 전통 목가구 복원·제작 기술을 평생 축적해 왔다. 그의 증조부 때부터 3대에 걸쳐 내려온 1000여점의 전통 공구와 60년간 수집한 3000여권의 자료, 1000여점의 공구, 100여점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3개 실을 넉넉히 채울 만큼 방대한 규모의 귀중한 이들 자료와 공구, 작품들은 현재 `소병진 전주장전수교육관`에 미봉책으로 소장되고 있다.
소 명장도 박물관이 만들어질 경우 소장 공구와 자료, 작품들을 기증하겠다고 완주군에 밝혔으며, 완주군도 한 때 박물관 건립을 긍정적으로 검통했으나 현재는 별 움직임이 없는 상황이다.
이 같은 실정에서 상설 전시와 수장, 학술 연구, 교육 활용이 구조적으로 어려워 이들 귀중한 문화유산들이 사실상 사장된 실정이다. 문화계는 “무형문화유산의 지속성을 담보하려면 공공 차원의 보존 인프라가 필요하다”며 “전용 박물관은 기술과 유물의 훼손·소실 위험을 줄이는 최소한의 장치”라고 지적한다.
특히 박물관 건립은 단순 전시를 넘어 무형기술의 ‘기록화·공학화’ 기반을 마련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소병진 소목장은 150년 전 전주장을 복원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이를 체계적으로 축적·관리하는 아카이브 기능을 박물관이 수행할 경우, 전통기술의 표준화와 교육 자료화가 가능해진다. 연구·기록·교육이 결합된 복합 문화시설로의 확장을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관광 측면에서도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특히 소 명장이 살았던 용진읍 녹동리 ‘목수마을’을 거점으로 박물관을 조성하거나 현재 전수관이 있는 복합문화공간에 박물관을 세울 경우 전통 목가구 제작 시연과 체험 프로그램을 결합한 차별화 콘텐츠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문화관광 전문가들은 “장인 중심 테마 박물관은 스토리와 체험을 결합해 반복 방문을 유도하는 경쟁력을 갖는다”고 분석한다.
더욱이 현재 충북 청주에 조성 중인 공예촌에서도 소 명장의 기술과 자료에 탐을 내고 박물관 설립을 제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에 단 3명뿐인 소목장 보유자를 지역에서 제대로 조명하지 못하는 사이, 외부 지자체가 적극적인 유치 의사를 밝히는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지역 문화자산의 외부 유출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소 명장 소장품 등을 토대로 2023년 연구 용역을 맡았던 우석대 산학협력단은 “소병진 박물관은 개인 장인의 성취를 기리는 공간을 넘어, 국가무형문화유산의 지속 가능한 관리 모델을 제시하는 상징적 사례가 될 수 있다”며 “보존과 활용을 동시에 달성하는 전략적 문화시설로서 공공 투자의 명분이 충분하다”고 강조한다.
국가무형문화재의 소중함을 고향에서 ‘몰라준다’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오지 않도록, 소 명장의 문화자산을 어떻게 품어낼지 완주군과 전북도의 정책적 결단이 요구되고 있다.
완주=김원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