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강연 개최 후 간첩 누명' 독립운동가 고 송병채 씨⋯65년 만에 ‘무죄’

특수범죄처벌 특별법 위반 혐의로 징역형 집행유예 선고받아 법원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에 속하는 행위라고 판단돼”

고 송병채 씨, /공훈전자사료관 누리집 갈무리

‘영세중립화통일론’을 주장하며 강연회를 개최했다가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던 독립운동가 고 송병채 씨가 65년 만에 누명을 벗었다.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백상빈)는 특수범죄처벌에 관한 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돼 1962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은 송 씨의 유가족들이 청구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고 19일 밝혔다.

송 씨는 사회대중당 이리시당 창당준비위원으로 활동하던 중 이리시(현 익산시)의 한 고등학교에서 영세중립화통일론과 교화법 제정에 대한 시국강연회를 개최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혁명재판소는 송 씨와 강연자들이 강연회에서 영세중립화통일을 주장하고 반공임시특별법안과 데모규제법안을 반대한 것이 북한괴뢰집단의 활동을 찬양하고 동조한 행위라고 보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송 씨는 1986년 세상을 떠났으나, 송 씨의 유가족들이 고인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재심을 신청했다. 

재판부는 “국내에서 금기시됐던 평화통일론과 남북교류론이 4‧19 혁명 이후에는 정당, 학계등에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었다”며 “영세중립화통일론의 내용은 ‘동서냉전의 희생에서 해방되고 미소 양국의 세력권에서 벗어나는 정치적‧군사적 완충지대를 수립하는 것만이 통일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인데, 이러한 주장은 사회주의‧공산주의를 제창한 것이 아니며 당시 북한이 주장하던 연방제 통일 방안과 유사하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시 시대적 상황과 배경, 피고인의 경력 등에 비춰볼 때 피고인이 강연회를 주선하고 참석해 중립화통일 내지 평화통일을 지지하거나 교화법 제정을 주장하는 내용의 연설을 했더라도 이는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의 범위에 속하는 행위라고 봐야 한다”며 “피고인이 위와 같은 행위를 했다는 것만으로 피고인이 반국가단체인 북한의 이익이 된다는 점을 알면서 북한의 활동을 찬양‧동조하는 행위를 했다고 보기 어렵고,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다”고 판시했다.

송병채 씨는 전주고등보통학교 재학 당시인 1926년 6‧10 만세운동이 일어나자, 동맹휴학을 전개했다. 1929년에는 3‧1운동 10주년 기념 전단과 시위를 계획했으나 일제에 붙잡혀 징역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정부는 이러한 송 씨의 독립운동 공적을 기리기 위해 2005년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했다.

김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