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덕 시인의 ‘풍경’] 떡

안성덕 作

쌀을 불려 절구에 빻았지요. 체로 쳐 고운 가루를 냈지요. 팥고물과 켜켜이, 가마솥 위에 시루를 얹고 행여 김이 샐세라 떡가루를 개어 틈새를 막았고요. 뿌옇게 김이 오르기를 기다리며 꿀떡꿀떡 침을 삼켰던가요? 팥떡 다음엔 흰떡, 인절미, 쑥떡을 하셨지요. 찹쌀을 시루에 쪄내 안반에 쳤습니다. 젊은 아버지는 메를 치고 젊은 어머니는 욱이고……. 아무 말씀 없으셨지만 두 분 얼굴이 발그레했던 성도 싶습니다. 콩고물 듬뿍 마침맞게 썰어주신 인절미는 얼마나 고소했던지요.

낼모레가 설이련만 떡집 구경이나 갑니다. 너나없이 언제부턴가 집에서 떡을 하지 않잖아요. 남부시장, 중앙시장, 모래내시장 그닥 붐비지 않습니다. 시루떡 인절미 가래떡이 전부였건만 이름도 모르고 구경도 못 해 본 떡이 수두룩합니다. “꿈에 떡 얻어먹었다”, 옛적 어머니가 가끔 쓰시던 말이지요. 간밤 꿈도 없었건만 떡집을 기웃거리다 고순 인절미 한입 맛봅니다. 돌아와 현관 앞에서 있을 리 없는 할머니 아버지의 흰 고무신을 찾아봅니다. 시키지 않아도 말갛게 짚수세미로 씻어 툇마루 한켠에 세워두고 싶거든요. 종일 시보처럼 기차역, 버스 터미널이나 보여주는 테레비 혼자 먹고 마시고 까불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