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광역 시대, 전북의 생존법] (하)단순 행정조정 아닌 ‘성장축’ 필요

전주·완주 통합, ‘생활권·산업권’ 결합…중추도시로 성장축 재편 특례시·올림픽·대광법에 ‘연 2.5조’ 논리까지…정부 지원 최대화해야

전북 내 기초 통합은 단순한 행정구역 조정이 아니라 전북의 성장축을 다시 세우려는 전략이다.

완주·전주를 포함해 익산·군산 등 생활권이 겹쳐진 지역을 묶어 ‘규모의 경제’를 만들고, 인구 유출을 최소화하면서 산업 기반까지 확충하자는 것이 주 내용이다. 

특히 완주·전주 통합이 이뤄져 전북의 거점 도시를 갖추면, 대도시권을 바탕으로 특례시급 권한과 재정 특례를 확보하고 생활권 통합을 통해 교통·복지·도시계획의 비효율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추진 측의 논리다.

22일 전북특별자치도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이번 논의는 2024년 6월 주민들이 법 절차에 따라 통합 건의서를 제출하며 본격화됐다. 

주민 제안으로 출발했지만 이견이 컸고, 이후 정무 환경이 바뀌며 ‘통합’이 다시 정책 의제로 올라왔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방선거 전 통합을 주문하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고, 김민석 국무총리도 3특(전북·강원·제주)이 불이익을 보지 않도록 하겠다고 언급하면서 기초 통합에도 관심이 쏠렸다는 게 전북자치도의 설명이다.

통합의 실익은 생활권에서 먼저 드러난다. 전주권과 완주 등 배후 지역은 출퇴근·통학·의료 이용이 행정구역을 넘나드는 ‘하나의 생활권’으로 움직여 왔지만, 행정이 갈라져 광역교통과 공공서비스, 도시개발 계획이 따로 설계되며 주민 불편과 행정 낭비가 누적됐다는 지적도 있다.

산업 측면에서도 전주는 확장 여력이 제한적인 반면, 완주는 넓은 개발가용지와 제조업 기반이 강점이지만 도시 인프라가 약하다. 당초 한 생활권이던 이 지역이 1914년 도농 분리로 갈라진 뒤 만들어진 ‘불균형 구조’가 100년 넘게 이어졌다는 해석도 있다. 

두 지역이 합쳐지면 도시 인프라와 개발 부지를 함께 활용해 기업 투자유치와 일자리 창출을 동시에 노릴 수 있고, 성장동력이 둔화된 도심과 산업 노후화가 진행된 배후 지역 모두에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동’과 ‘읍·면’ 체제가 따로 운영되며 재정이 분산·중복 집행되는 구조도 통합으로 개선 여지가 있다는 주장이다.

선례로는 충북 청주·청원 통합이 거론된다. 청주와 청원은 세 차례 무산 끝에 2014년 주민 합의로 통합을 성사시켰고, 이후 오송 바이오단지 조성, KTX 오송역 활용 확대 등 대형 인프라를 중심으로 투자·산업을 끌어모으며 중부권 거점 도시로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북연구원 지역혁신정책실 관계자는 “현 정부가 광역통합에 대한 재정·권한 지원 방침을 구체화하면서, 통합이 성사된 권역에 인센티브가 집중되는 구조가 됐다”며 “이 흐름이 이어지면 시·군 통합 역시 이전보다 더 두터운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청주·청원처럼 생활권과 산업 구조가 맞물린 완주·전주 통합도 성공하면 산업·교통·정주 여건을 한꺼번에 끌어올리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도는 완주·전주 통합 시 인구 약 73만의 대도시권이 형성돼 ‘비수도권 거점 특례시’ 추진의 토대가 마련된다고 본다. 전주가 2036 하계올림픽 유치 추진을 본격화했고, 전주권은 대광법 통과로 광역교통 국비 지원의 발판도 갖췄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정치권에서도 통합의 절박함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전북 지역구 의원들은 최근 국회와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초통합을 이룬 3특에 대한 실질 지원과 특례 확대를 한목소리로 요구했고, 신중한 기조를 유지하던 안호영 의원도 통합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정치권이 한목소리를 내게 됐다.

도 관계자는 “정부 기조에 발맞춰 시군통합을 이루면 전남·광주 통합특별시가 연 5조 원 지원을 받는 구도인 만큼, 전북은 인구 비례로 연 2.5조원·4년 10조원 수준의 포괄 재원을 요구할 논리도 생긴다”며 “중추도시를 넘어 100만 특례시로 성장하는 청사진을 주민과 함께 그려나가겠다”고 말했다.

서울=이준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