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일의 정론직언] 전주김제 통합보다 새만금 행정통합이 시급

백성일 부사장·주필

일하는 데는 순서가 있다. 급해도 돌아서 가라는 말은 절차와 정당성을 확보해서 추진하라는 뜻이 담겨 있다. 요즘 전북에서 펼쳐지는 민주당 지사 경선을 보면 막장 드라마를 보는 것 같아 역겨움이 절로 난다. 아무리 표 얻는 게 급하다고 치더라도 마치 없던 일을 있었던 일처럼 거짓으로 포장해서 퍼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를 총성 없는 전쟁이라고 비유하지만 분명 거기에는 금도(襟度)라는 게 있다.

재선인 이원택 후보가 송하진 전 지사의 후광과 도당위원장 경력을 갖고 지사경선판에 뛰어들었지만 현 김관영 지사가 그의 주장대로 컷오프 되지 않자 마침내 전주 표심을 얻으려고 뒷전에서 전주 김제 통합 카드를 꺼내 들었다. 전북은 지금 1조 규모의 피지컬 AI와 현대차가 새만금에 9조를 투자해서 새만금 개발에 나서기로 해 순풍에 돛을 달았다. 지난달 이재명 대통령이 전주에서 타운홀 미팅을 개최하면서 새만금 개발시대가 다가섰다.

각종 현안이 산적한 전북은 우선순위상 새만금공항 건설이 새만금개발과 2036 하계올림픽을 견인하므로 제일 중요한 사업이다. 그간 우여곡절을 겪은 새만금공항 건설사업이 서울 행정법원 항소심에 계류 중이어서 국토부와 전북도가 총력을 경주해서 해결해야 할 과제다. 만약 이 사업이 막혀 하늘길을 확보하지 못하면 새만금개발은 물론 2036 하계올림픽 유치도 어려워질 수 있다.

이런 절박한 상황에서 뭣이 중헌가는 그 해답이 나와 있다. 완주 지역정치권이  반대해 4번째로 추진한 완주전주 통합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광역시가 없는 전북한테는 미래관점에서 완주전주를 하나로 통합하는 작업은 그 무엇과 견줄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하다. 하지만 완주 정치권이 소탐대실해 이번 6•3 지방선거 때 통합시장 선출을 비롯 통합논의를 뒤로 미뤄야 할 상황이다. 분명 별의 순간을 붙잡아 지역발전을 도모해야 함에도 몇 사람의 군수 욕심 때문에 좋은 기회를 걷어차 버렸다. 완주전주 통합은 두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광역화 추세에서 전북 전체가 기회를 날린 셈이 됐다.

완주전주 통합이 물건너가다보니까 급기야 이 의원이 전주 표심을 얻으려고 지사나 전주시장한테 사전 통보도 않고 양 시의회를 움직여 전주김제 통합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간 간혹 일각에서 전주김제 통합 카드를 꺼냈지만 시민들의 공감을 얻지 못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안호영 의원이 익산까지도 포함하자는 메가시티안을 익산시의회가 거절하자 이 의원측이 전주표를 노리고 통합 주장을 해 시민들이 그 배경을 의심하고 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처럼 절차와 순서가 있는 법인데 오직 정치논리로 전주김제를 통합하자는 것은 선언적 의미밖에 없다.

그보다는 새만금 개발시대를 맞아 군산 부안 김제로 나눠진 새만금을 하나의 특별시로 묶는 작업이 더 급하다. 그간 새만금사업이 제대로 진척 안된 이유는 3개 시군이 건건이 소지역주의로 발목잡아 개발을 못했다. 지역적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닥칠 때마다 소송으로 오히려 갈등만 부추겼다. 특히 지난해 새만금 행정통합이 이뤄질 기회가 있었지만 이 의원이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지는 바람에 막판에 반대해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 시의회와 찬성단체를 앞세워 이 의원이 전주김제 통합을 주장한 것은 지사경선을 앞두고 정치공학적으로 전주시민들의 지지를 얻으려고 임기응변식으로 내 놓은 안에 불과하다. 그간 이 의원은 상대인 김관영 지사가 하위평가자로 지목돼 컷오프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그 것이 안되자 12•3 계엄 때 도청사 출입을 못하도록 막아 계엄에 협조했다는 것을 마치 사실인 양 또다시 선동했다. 그러고도 컷오프가 안되자 막판에 이 같은 통합 노림수를 갖고 김 지사를 흔들어대고 있다. 계속해서 이 의원이 김 지사를 물고 늘어지면 이 의원한테 역풍이 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