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한국의 샤모니’ 꿈꾸는 장수군

국제산악관광도시 자연 기반 체류형 관광으로 트레일레이스·캠핑·MTB 산악레저 중심지 부상

장수군이 풍부한 산림자원을 기반으로 국제산악관광도시 도전에 나서고 있다.

해발 1,000m 이상의 장안산과 팔공산을 품은 장수군은 전체 면적의 약 75%가 산지로 이루어진 전북특별자치도 동부 대표 산악지역이다. 백두대간과 금남호남정맥이 지나며 깊은 숲과 능선, 계곡이 어우러진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다.

군은 이러한 자연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해 산악관광 활성화에 힘을 쏟고 있다. 해발 400~500m 고원이 이어지는 산줄기와 숲길은 트레일 러닝과 캠핑, MTB 등 다양한 아웃도어 활동에 적합한 자연 무대로 평가된다.

장수라는 지명은 ‘물은 길고 산은 높다’는 뜻의 수장산고(水長山高)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명에서 풍기듯 장수의 산골 오지는 개발 흐름에서 비켜나 잘 보존된 청정 자연은 오늘날 오히려 새로운 경쟁력으로 부각되고 있다.

군은 이를 기반으로 산악레저와 관광을 결합한 체류형 관광 전략을 통해 지역 활력 회복을 모색하고 있다.

2025년 9월 25일 개최된 제6회 장수트레일레이스에 3000여 명이 참가했다.            /사진제공=장수군

△ 국내 최초 100마일 코스…장수트레일레이스

장수 산악관광의 대표 콘텐츠는 장수트레일레이스다.

장수트레일레이스는 불과 몇 년 사이 국내 대표 산악러닝 대회로 성장하며 장수군의 산악관광 이미지를 전국에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국내 최장 거리인 100마일(170.8km) 코스가 정식 운영되면서 국내 트레일러닝 분야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트레일러닝에서 100마일 코스는 마라톤 풀코스와 같은 상징적인 거리로 꼽힌다. 코스 운영과 안전 관리 부담이 매우 커 국내에서는 쉽게 도전하기 어려운 거리로 알려져 있다.

실제 장수트레일레이스 100마일 코스에는 112명이 참가해 43명만 완주할 정도로 난이도가 높은 코스다. 그만큼 참가자들에게는 도전의 상징적인 무대가 되고 있다.

대회 기간이면 장수의 마을마다 응원과 환대가 이어진다. 주민들은 선수들에게 간식을 나누고 응원을 보내며 대회 분위기를 함께 만든다. 보급소(CP)에서는 스태프가 선수들의 물병을 채워주며 완주를 돕는다.`

지역 학생들도 자원봉사자로 참여하면서 장수트레일레이스는 스포츠 대회를 넘어 지역 공동체가 함께 만들어가는 축제로 자리 잡았다.

대회 규모 역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22년 약 150명으로 시작된 대회는 2023년 800여 명, 2024년 3000여 명, 2025년에는 5000여 명이 참가하는 국내 대표 산악러닝 대회로 발전했다.

제6회 장수 트레일레이스 참가 선수가 장안산 억새밭을 지나고 있다.          /사진제공=장수군

△ ‘K-샤모니 챌린지’…산악자원 브랜드화

장수군은 산악자원을 하나의 관광 플랫폼으로 묶는 전략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아웃도어 브랜드 블랙야크와 함께 운영하는 ‘장수 K-샤모니 마운틴 챌린지’다.

이 챌린지는 장수군 전역의 14개 명산을 하나의 브랜드로 연결해 산악지형 전체를 하나의 아웃도어 무대로 재해석한 프로그램이다.

참가자들은 블랙야크알파인클럽(BAC) 앱을 통해 덕유산 서봉과 장안산, 팔공산, 봉화산, 사두봉 등 주요 봉우리를 등반하며 인증을 진행한다.

백두대간과 금남호남정맥이 이어지는 장수의 산줄기는 산악지형 전체를 하나의 생활권처럼 체험할 수 있는 특징을 지닌다. 하루에 한 봉우리만 오르는 일반적인 등산 방식과 달리 장수에서는 긴 산줄기를 따라 다양한 코스를 경험할 수 있다.

챌린지를 완주하면 블랙야크는 BAC코인을 제공하고 장수군은 기념품을 지급해 참가자들의 재방문을 유도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 산악 브랜드와 지방자치단체가 협력해 관광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추진하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2025년 장수 산악레저 캠핑 페스티벌                   /사진제공=장수군

△ 캠핑·트래킹 결합…체류형 관광 확대

장수방화동자연휴양림에서 열린 산악레저 캠핑페스티벌은 장수 산악관광이 체류형 관광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3일 동안 진행된 행사에는 가족 단위 방문객 400여 명이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캠핑과 트래킹, 숲 체험, 공연 프로그램 등을 통해 장수의 자연을 체험했다.

특히 방화폭포와 데크로드를 잇는 가족형 트래킹 코스는 난이도가 낮아 아이들과 함께 참여하기 좋은 코스로 인기를 끌었다.

행사에서는 지역 관광지와 연계한 ‘장수 도장깨기 투어’도 운영됐다. 누리파크와 논개사당, 장수 5일장을 연결한 관광 프로그램은 방문객들이 자연스럽게 지역 상권을 방문하도록 유도했다.

장수군은 캠핑과 트래킹, 관광을 결합한 체류형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관광객 체류 시간을 늘리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할 계획이다.

제5회 장수 한우랑 사과랑 전국 자전거대회(MTB) 참가선수들              /사진제공=장수군

△ 60km MTB 코스…산악자전거 특화지구 추진

장수의 산악지형은 MTB 라이딩에도 적합하다. 승마로드의 메타세쿼이아길과 장안산 임도를 연결한 약 60km 코스는 자연형 산악자전거 코스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 열린 ‘장수 한우랑 사과랑 전국 MTB대회’에는 약 600명의 라이더가 참가하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장수군은 민관협력 지역상생협약 사업의 일환으로 2026년까지 약 24억 원을 투입해 MTB 전용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다.

난이도별 라이딩 코스와 웰컴광장, 안전시설 등이 조성되면 장수는 산악자전거 특화 관광지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최훈식 장수군수

[인터뷰] 최훈식 장수군수

“장수군의 산악관광은 단순히 행사를 많이 여는 것이 아닙니다. 장수의 산과 숲, 계곡이 지닌 자연의 흐름을 사람들의 다양한 활동과 연결하는 과정입니다.”

최훈식 군수는 장수군이 추진하고 있는 국제산악관광도시 전략의 핵심을 이렇게 설명했다.

장수의 자연환경을 기반으로 관광과 산업, 생활이 함께 성장하는 새로운 지역 모델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최 군수는 장수의 산악레저 콘텐츠가 서로 다른 종목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하나의 흐름 속에서 연결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트레일러너는 능선을 따라 숲을 달리고, MTB 라이더는 같은 산줄기를 또 다른 방식으로 체험합니다. 캠퍼들은 숲속에서 머물며 자연을 더 느리게 경험하죠. 이렇게 다양한 활동이 서로 이어지면서 장수의 산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거대한 아웃도어 무대가 됩니다”

그는 산악관광을 단발성 행사나 이벤트가 아닌 미래 발전 전략으로 바라보고 있다.

트레일빌리지 조성과 민관 협력, 장수형 산악레저 상품 개발, 지역경제와 연계한 관광 프로그램 등을 통해 관광과 정주, 산업이 연결되는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최 군수는 “장수가 지향하는 국제산악관광도시는 대규모 개발이 중심이 아니다”라며 “자연과 주민의 환대, 청년의 참여, 민간 브랜드와 지역 문화가 어우러지는 장수형 산악 생활권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산악관광의 궁극적인 방향은 장수를 찾는 사람들이 단순한 관광객이 아니라 자연을 함께 즐기고 머무는 생활 인구가 되는 것”이라며 “장수의 산과 숲을 기반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한국의 샤모니’ 국제산악관광도시로 성장시키겠다”고 밝혔다.

최 군수는 “장수의 자연은 이미 준비돼 있다”며 “이제 그 자연을 통해 미래를 설계하는 일만 남았다”고 장수의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현재 장수군은 산악레저와 관광, 지역경제를 연결하는 새로운 관광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자연과 사람, 지역 공동체가 함께 만들어가는 산악관광 전략이 ‘한국의 샤모니’라는 목표에 얼마나 가까워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장수=이재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