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특별자치도문화관광재단(이하 재단)의 ‘2026년 문화예술육성 지원사업’ 선정 결과를 두고 예산 배분의 형평성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지역 예술계를 대표해 온 주요 단체들이 대거 탈락하고 특정 인사가 연관된 단체들에 지원금이 집중됐기 때문이다.
22일 전북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19억5000만 원이 투입된 문화예술육성지원사업 심사에서 전북시인협회, 국제펜(PEN)문학 전북지부 등 지역 문단을 지탱해온 대표 단체들이 선정에서 제외됐다. 특히 한국문인협회 산하 14개 시·군지부 중 단 두 곳을 제외하고 전원이 탈락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신영규 전북수필과비평작가회의 회장은 “지역 문단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단체는 탈락시키고 소규모 단체들만 선정한 것은 현장을 모르는 탁상공론”이라며 “지원이 중단되면 역사 깊은 단체들의 존립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성토했다. 장교철 전북PEN문학회장 역시 “문학인들을 구걸하는 처지로 몰아넣고 자존심을 짓밟았다”며 “객관적인 지표보다 심사위원의 입맛이 우선시되는 불투명한 심사기준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날을 세웠다.
올해 장르별 심의기준을 보면 문학분야 평가는 △계획의 구체성 및 타당성 40% △신청단체의 실행역량(사업실적 및 경력) 40% △발전기여도 및 파급효과 20%로 구성됐다. 실적과 경력 배점이 40%에 달함에도 지역 대표 문학단체들이 탈락하면서 심사 기준에 의문이 커지는 상황이다.
더욱이 "글을 통해 뜻을 전달하고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는 점은 (신청서가) 문학작품과 다르지 않다”라는 심사평은 공공지원사업의 객관적 평가 기준이 심사위원의 주관적 잣대에 밀려났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반면 특정 인사가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복수의 단체들이 명의만 바꿔 지원금을 중복 수령하는 행태는 전혀 걸러내지 못했다. 재단 이사직을 역임했던 한 인사가 개인 지원금을 받은 데 이어, 본인이 운영하는 다수의 단체까지 사업에 선정되면서 예산을 가져간 것으로 확인됐다. 결과적으로 정통성을 지닌 단체에는 엄격한 기준을 들이댄 재단이 특정 인맥의 예산 독식은 사실상 방치하면서 공적 기구로서 공정성을 저버렸다는 지적이다.
또한 사진 분야 신청 자격으로 ‘개인전 1회 이상’의 실적을 요구하는 것은 예술가의 성장을 가로막는 장벽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가로 활동 중인 한 예술인은 “성장의 마중물이 되어야 할 지원사업이 오히려 ‘자력 전시’를 요구하고 있다”며 “재단이 자금력을 갖춘 이들만 넘을 수 있는 문턱을 세워 예술가들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고 꼬집었다.
게다가 현장 이해도가 낮은 외부 심사위원들을 중심으로 한 심사 방식이 전문성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면서 재단 심사 시스템 전반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지고 있다.
홍승광 재단 문화예술본부장은 “올해 예산 증액분은 개인예술가 지원에 우선 배정했다”면서 “특정 인사의 중복 수혜 건은 내부에서 인지했으나 외부 심사위원들의 선정 결과를 임의로 조정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향후 현장 의견을 수렴해 성장 단계별 지원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개편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