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당사자는 기를 쓰고 숨기려 하는데 전주시는 더 알리지 못해 안달이다. 지난 13일 전주시 노송동 주민센터 인근에서 ‘얼굴 없는 천사 기념관’ 착공식이 열렸다. 지난 2000년부터 매년 찾아오고 있는 얼굴 없는 천사의 숭고한 나눔 정신을 기념하는 공간으로, 지역사회 나눔과 기부문화 확산에 기여하자는 취지다. 지상 2층, 연면적 165.63㎡ 규모로 건립되며 사업비(12억7000만원)는 전주시가 국비와 지방비로 충당한다.
그렇다면 지난해까지 26년째 적지 않은 성금을 전달하며 전주를 ‘천사의 도시’로 만든 노송동의 기부천사는 누구일까? 이름도 얼굴도 모른다. 한때 모 언론사에서 천사가 나타나는 연말, 잠복 취재까지 시도했을 정도로 그 얼굴에 세간의 관심이 쏠렸지만, 지금도 얼굴은 없다.
그렇게 이름도, 얼굴도 밝히지 않은 채 이어져온 ‘얼굴 없는 천사’의 기부는 전주를 상징하는 가장 따뜻한 이야기가 됐다. 이름이 없기에 더 널리 알려졌고, 얼굴이 없기에 더 많은 사람의 얼굴, 도시의 얼굴이 되었다. 만약 당사자가 처음부터 얼굴을 드러냈거나 언론에 의해 신분이 드러났다면 이 아름다운 이야기는 ‘얼굴 없는 천사’가 아닌 ‘특정 인물의 미담’으로 축소됐을지도 모른다.
전주시가 기어코 기념관까지 착공했다. 노송동 주민센터 인근에는 이미 천사의 뜻을 기리기 위한 조형물과 시설이 적지 않다. 전주시가 노송동 주민센터 인근 마을을 ‘천사마을’, 주변 도로를 ‘천사의 거리’로 조성해 일찌감치 기념비를 세웠고, 기부천사 쉼터와 안내판도 설치했다. 또 주민센터 내부에 자그맣게 천사기념관도 이미 마련했다. 천사를 기리는 축제와 영화도 있다. 해마다 마을에서 ‘얼굴 없는 천사 축제’가 열리고, 전주영상위원회에서는 지난 2021년 얼굴 없는 천사 이야기를 소재로 한 영화 ‘천사는 바이러스’를 제작하기도 했다. 또 노송동 주민들은 매년 지속되는 천사의 뜻을 기리고 그의 선행을 본받자는 의미에서 10월 4일을 ‘천사의 날’로 지정하고, 불우이웃을 돕는 나눔·봉사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숨겨왔기에 더 빛났던 선행이다. 굳이 별도의 기념관을 건립하면서까지 애써 드러내는 일이 천사의 뜻을 제대로 기리는 길일까? 익명의 선행을 기리는 방식이 꼭 물리적 공간 건립이어야 했을까? 물론 천사의 숭고한 나눔 정신을 기리고 기부문화를 확산하자는 뜻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기념관이라는 또 하나의 거창한 틀이 과연 ‘이름 없는 선행’의 정신을 온전히 담아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사람들이 기억하고 공감할 ‘상징’이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상징이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기념관 홍수시대, 천사기념관이 자칫 행정의 성과를 드러내기 위한 또 하나의 시설물로 전락하거나, 시간이 흐르면서 관리 부담만 남는 공간이 된다면 어떡할텐가.
/ 김종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