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도시행정에서 주차 인프라는 시설의 성패를 가르는 결정적 잣대다. 수 천억 원을 들여 전국 최고 수준의 경기장을 짓는다 해도, 접근 단계부터 주차 전쟁이 예고된다면 그 시설은 이미 활력을 잃은 것이나 다름없다.
전주시가 월드컵경기장 일대에 조성 중인 복합스포츠타운은 내년 준공 예정인 육상경기장과 야구장, 실내체육관을 비롯해 향후 국제수영장까지 들어서는 매머드급 집적단지다. 그러나 장밋빛 청사진 이면에 도사린 현실은 냉혹하다.
현재 전주 월드컵경기장은 2,400면이 넘는 주차장을 확보하고 있음에도, 이용객의 73%가 극심한 주차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이미 축구 경기 하나에도 인근 도로가 마비되는 실정인데, 시설 집적화가 본격화될 내년부터 벌어질 혼란은 불 보듯 뻔하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전주시의 안일한 인식이다. 전주시가 육상경기장, 야구장, 실내체육관용으로 내년에 확보한 주차장은 야구장 93면을 포함해서 고작 253면이다. 남부주차장 계획도 있지만, 고작 326면인데다 아직 공사 일정조차 확정되지 않았다.
전주시는 개별 주차장을 통합 운영하겠다고 했지만, 실효성이 있을까? 만약, 축구와 야구 경기가 같은 날 동시에 열린다면 그 아수라장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더욱이 시가 제시한 수천 면의 추가 확보안은 계획대로 추진된다고 하더라도 2040년에나 가능하다.
모처럼 시간을 내어 가족, 연인, 친구와 함께 나들이에 나선 시민들에게 경기장은 휴식과 즐거움의 공간이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대로라면 시민들에게 재충전은 고사하고 짜증과 피로로 얼룩진 스트레스만을 안겨줄 것이다.
주차장 부족은 관람객의 불편에서 그치지 않는다. 경기때마다 되풀이되는 극심한 교통 혼잡은 인근 주민들의 일상권을 침해하며, 도로 위에서 낭비되는 시간과 에너지는 막대한 사회경제적 손실로 이어진다.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짓는 스포츠타운이 오히려 교통 대란과 주민 불편만 초래하는 애물단지가 될 수 있다.
경기 시설만 늘린다고 해서 일류 행정이 아니다. 셔틀버스나 대중교통 노선 신설은 보조적인 수단일 뿐, 이미 100만 대를 넘어선 지역 자동차 보급 현실과 시민의 라이프스타일을 대체할 수 없다. 전주시는 지금 당장 주차장 확보를 복합스포츠타운 조성의 선행 과제로 삼고 속도를 내야 한다. 시민이 편리하게 찾고, 주민이 평온하게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그것이 공공 행정이 증명해야 할 진짜 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