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표의 모눈노트] ‘불신과 증오의 늪’에 빠진 선거판, 전북의 미래는?

민주당 지사 경선, 혼란의 연속 ‘상처뿐인 전북’ 서글픈 자화상 지역의 미래, 결국 유권자의 몫

혼란의 연속이다. 하루아침에 판이 바뀌고, 또 뒤집어졌다. 영국의 시인 T.S. 엘리엇이 ‘황무지’라는 시의 첫 구절에서 언급한 것처럼 전북은 지금 ‘잔인한 4월’을 보내고 있다. 실타래가 복잡하게 얽혔다. 정책과 비전 경쟁으로 뜨거워야 할 선거판이 불신과 증오로 가득 찼다.

선거 여론조사에서 줄곧 1위를 달리던 김관영 현 전북지사가 민주당 경선을 눈앞에 두고 전격 제명됐다. 청년당원들에게 68만원 상당의 대리운전비를 지급한게 문제가 됐다.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도민 선택권을 부정한 정치적 살인이자 지방자치에 대한 중앙의 폭거’라는 울분의 목소리도 나왔다. 경쟁하던 후보진영에서 정반대의 주장으로 첨예하게 맞서면서, 도민들은 혼란에 내몰리고 있다. 중앙당의 전광석화 같은 결정이 과연 원칙을 지키기 위한 읍참마속(泣斬馬謖)이었는지, 아니면 비정한 정치적 기획이었는지 평범한 시민 입장에서는 판단이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런 가운데 ‘내란 방조 의혹’을 제기하며 김 지사를 거세게 몰아붙였던 이원택 의원도 선거법 위반(제3자 기부행위)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해 11월 이 후보가 참석한 가운데 정읍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행사에서 측근이 식비와 주류비를 대납했다는 것이다. 정청래 당 대표는 긴급 감찰을 지시했고, 안호영 의원은 경선 일정 연기를 주장했다.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 정책은 실종되고 혐오만 남은 이 ‘증오의 전장’에서 도민이 길을 잃었다. 진영논리는 더 탄탄해지고 장외 여론전은 집단행동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전북이 상당기간 ‘증오의 정치’에 갇힐 것임을 예고하는 서글픈 자화상이다. 이 불확실성은 시간이 흐르면 어떤 식으로든 정리될 것이다. 더 큰 걱정은 선거 이후다.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지역사회가 둘로 쪼개지게 생겼다. 선거과정에서 쌓인 앙금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다. 경선 과정에서 생겨난 이 진흙탕은 선거가 끝난 뒤에도 전북의 미래에 발목을 잡는 수렁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지방소멸 위기의 시대, 지역사회가 똘똘 뭉쳐 지역발전을 위해 역량을 모아야 할 중차대한 시점이다. 정당의 후보 경선은 승자를 가르는 과정이지만, 동시에 미래를 함께 열어야 할 동반자를 확인하는 절차이기도 하다. 과정이 공정하고 깨끗해야 결과도 정당성을 얻는다. 그래야만 경선 이후에도 지역발전과 통합이라는 더 큰 과제를 함께 풀어갈 수 있다. 그런데 전북은 이 길을 갈 수 없게 됐다. 지역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불신과 증오의 늪’에 깊이 빠져 버렸다.

혹독한 대가가 예상된다. 선거는 어떻게든 승자를 가려내고 끝나겠지만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이미 전북 정치권의 위상은 추락했고, 도민의 자존심도 땅에 떨어졌다. 전북의 4년을 책임질 비전도 보이지 않는다.

이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를 풀기 위한 해법은 단순히 ‘누가 당선되느냐’를 넘어 절차적 정당성, 그리고 무너진 지역정치권의 신뢰를 어떻게 회복하느냐에 달려 있다. 서로를 ‘악(惡)’으로 규정하고 늪 속으로 끌어당기기만 한다면, 누가 승자가 되든 그 자리엔 ‘상처받은 전북’만 남게 될 것이다. 정치권이 스스로 늪에서 빠져나올 능력을 상실했다면, 지역의 미래는 결국 유권자의 몫이다. 감정과 선동의 소음을 걷어내고, 누가 전북의 미래를 진흙탕에서 건져올릴 적임자인지 냉정하게 심판해야 한다. 

/ 김종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