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향에서] 책마루 도서관(송천동)을 살리자

김기만 정론실천연대 대표·전 청와대 춘추관장

경제 발전은 더디지만 ‘문사(文士)의 고장’ 전주는 인구 62만 5천 명에 비해 도서관이 150개 가까이 있을 정도로 책과 독서 문화가 풍부하다. 이 가운데 송천동에 있는 책마루도서관은 지역주민이 조직을 만들어 적극적인 운영과 참여로 만들어가는 국내 유일의 어린이 전문도서관이다. 지난 16년 9개월 동안 주민, 자원봉사자, 후원자의 손길로 어린이와 어른 모두가 책과 함께 성장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장서 3만 6천 권, 연간 4만 명 이상이 이용하는 이 도서관은 시민이 참여하는 봉사위주 운영으로, 지금도 ‘책마루 동무들’ 등 30여 명이 돌아가며 봉사한다. 이 도서관은 롯데마트 전주 송천점이 개점하면서 주차장 위 302평 공간을 무상 임대해 2009년 7월 문을 열었다. 롯데가 17년 가까이 도서관 유지에 힘을 보탰지만, 롯데마트 매각 검토로 인해 무상 임대 조건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고, 롯데 측이 더 이상의 지원이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책마루는 존폐 위기를 맞았다. 롯데그룹은 스키, 스노보드 등 스포츠 분야에 10여 년 동안 300억 원 이상을 지원해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들의 금·은·동 메달에 크게 기여한 바 있다. 이런 사회공헌 전력을 고려하면, 롯데가 책마루도서관을 지역 문화와 교육 인프라를 지키는 새로운 모델로 유지, 발전시켜줄 수 있지 않을까. 책마루는 아이들이 지어준 이름과 그림이 담긴 전주의 첫 어린이 전문도서관으로, ‘읽고 싶은 책이 언제나 제 자리에 있는 도서관’을 지향해왔다. 쉬고 싶을 때 책에 기대어 쉴 수 있는 공간이 되길 꿈꾸며, 단순 독서뿐 아니라 삶의 질과 공동체 회복을 함께 추구해 왔다. 노인의 ‘책 읽는 동아리’, ‘노인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동아리’, 영유아 공동육아 동아리 23개, ‘북 스타트(Book Start) 운동’, 학교를 찾아가는 ‘책마루 책동무’ 프로그램, 소박한 한솥밥을 매개로 한 공동체 책문화축제 ‘책이랑 놀고 먹자’, 자연 탐구 프로그램 ‘숲(갯벌)으로 간 도서관’, 그림자극 동아리 ‘깜빛놀 책공연’ 등도 함께 운영된다.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독서, 문화 프로그램이 도서관의 핵심이다.

이제 책마루를 살리기 위한 방안이 시급하다. 기업이 도서관을 지어주고 전주시가 행정을 지원했지만, 17년 가까이 이를 키워온 것은 주민과 봉사자였다. 전주시는 매각 여부와 상관없이

롯데마트와 매각 예정자, 그리고 롯데그룹과 협상해 현재 위치에서의 유지, 임대 또는 공간 기부채납과 공공 매수를 추진해야 한다. 그게 어렵다면, 인근 지역 내 대체 부지 확보와 이전, 신축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도서관은 아이들이 이웃과 만나고 꿈을 키우는 공공의 마당이며, 공동체 회복의 핵심 인프라다. 만일 기업의 이윤 논리에 밀려 이 공간이 사라진다면, K-컬쳐 문화강국을 표방하는 대한민국의 치욕이 될 것이다. 6·3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전주시장 후보들 모두는 ‘책마루도서관 존치’에 대한 구체적 공약을 내놓아야 한다. 도서관 관계자 및 이미 구성된 ‘책마루도서관 살리기추진위원회’와 면담해, 머리를 맞대고 존치·이전·재탄생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 미국의 자선가 앤드류 카네기는 “도시에 도서관이 하나 있으면 교도소 세 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도서관이 범죄, 불평등, 소외를 줄이는 사회적 안전망이라는 의미다. 책마루도서관 살리기는 ‘문사의 고장’ 전주의 공공문화를 지키는 시험대가 되었다.

김기만 정론실천연대 대표·전 청와대 춘추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