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덕 시인의 '풍경'] 달

달과 지구-NASA

쟁반 같은 줄 알았습니다. 아무것도 없이 평평한 줄 알았습니다. 옛집 뒤란처럼 대낮에도 어둑한 줄만 알았습니다. 저리 환한 뒤라면 깜깜 숨어들던 손녀의 숨바꼭질은 어디로 갔을까요? 가로등 없는 길 한사코 따라가던 풋내나는 내 청춘의 거처는 어디일까요? 습자지처럼 차곡차곡 쌓여있을 거라 믿는 세월은 어디 가서 찾을까요? 훗날 아버지, 어머니, 형은 또 어디 가서 만나 뵈나요?

아르테미스 2호가 보여준 뒤편은 수은 칠한 거울의 뒷면이 아니었습니다. 초승이건 보름이건 그믐이건 깜깜한 줄 알았건만 확, 꿈 깼습니다. 38만km 떨어진 지구의 위성 달, 뒤를 밝히니 계수나무도 옥토끼도 간 곳 없습니다. 우주선 창밖 멀리 지구가 초승달로 떴네요.

눈 감고 보면 순진하고, 두 눈 똑바로 뜨고 보면 멍청한 부부가 있었답니다. 어느 날 저녁달이 휘영청 밝았다지요. “각시야 각시야 달이 더 좋게 해가 더 좋게?” 물었고, “에이 바보? 그것도 모를까 봐, 환한 대낮에 뜨는 해보다 깜깜한 밤에 뜨는 달이 훨 좋지!” 답했더랍니다. 그래요, 다행이네요. 여태 어두운 밤과 달을 좋아했던 나도 바보 아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