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대사습청의 설립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지난 2021년 전주대사습놀이의 정통성을 계승하기 위해 판소리의 본향이라는 상징성을 품고 출발했으나, 정작 소리가 변두리로 밀려나며 기관 본연의 기능을 상실해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열악한 예산구조와 전주시의 행정편의주의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19일 전주대사습청이 공개한 최근 3년간(2021~2023년)의 상설결과 선정결과를 보면 무용(춤)공연이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13건 중 7건이 무용공연이었고, 2022년에는 19건 중 12건, 2023년에는 23건 중 11건이 무용공연으로 채워졌다.
반면 대사습의 핵심인 판소리와 민요 등 목소리 기반의 공연은 매년 2~3건 수준인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올해 연간 공연계획 역시 전체 36건 공연 중 13건이 무용공연으로 집계돼 소리의 위상은 여전히 위태로운 상황이다.
이러한 춤 편향 현상의 원인은 빈약한 재정 지원과 손쉬운 장르 배치로 해결하려는 행정의 안일한 태도에 있다. 대사습청의 연간 운영비 2억6000만원 가운데 인건비(1억3000만원)를 제외하면 실제 공연 제작에 투입되는 비용은 7000~8000만원 남짓에 불과하다.
무용 공연은 녹음 음원 활용이 용이해 비용이 적게 들지만, 판소리나 기악은 고수와 악사 등 실연 인력이 필수적이어서 무용 대비 2배 이상의 비용이 발생한다. 결국 운영진은 한정된 예산으로 상설무대 횟수를 맞추기 위해 저비용의 무용 공연을 선택해 온 셈이다.
유영수 대사습청 관장은 “무용공연 다섯 번 할 비용으로 판소리 공연은 한 번밖에 치르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부족한 예산을 보완하기 위해 국비 공모사업에 뛰어드는 등 소리의 맥을 잇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사습청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판소리 다섯바탕 완판전 등을 기획하며 외부 재원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운영 주체의 노력만으로는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연간 1000만명이 찾는 전주한옥마을 초입에 자리한 지리적 이점에도 불구하고 상설공연 관람객 수가 연간 5000여명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은 대중의 시선을 붙잡는 데 실패했음을 보여준다. 단순히 공연 횟수를 채우는 양적 성장에 치중하면서, 관광객이 스스로 찾아올 만큼 매력적인 대표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지역의 한 문화계 인사는 “대사습이라는 이름만 보고 판소리의 깊은 울림을 기대하며 대사청을 찾는 이들도 있을 것”이라며 “공연 횟수를 늘려 무대를 채우기보다는 대사습이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진짜 소리를 들려주는 무대를 기획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유 관장은 “‘소리’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지금은 대사습청이라는 공간 자체를 대중에게 각인시키는 것이 선결과제”라며 “특정 장르에만 국한되기보다 다양한 공연을 올릴 수 있는 전문 공연장으로서의 인지도를 확보하는 것이 운영의 우선순위라고 판단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