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침을 여는 시] 봄, 병동정원-박태건

붉은 뺨처럼 피는

꽃그늘 봄날이다

넓어져 가는 꽃 차양 아래

곱은 어깨 조으는

아슴 봄날이다

살아갈 힘 만큼

흔들리는 봄날이다

햇살 내려앉는 곳마다

비린내 묻어오는

흥건한 봄날이다

파란 핏줄처럼 돋아오는

정맥의 봄날이다

뒤안 앉은뱅이 배꽃 한 상 다 늦은 봄을 앓는다. 는개가 내리는지, 비빌수록 아린 저 눈빛 내내 저어하다 어제 걷다 두고 온 들길 되밟는다. 기별 없이 왔다가 갈 때서야 눈에 밟히는 것들, 살아있었구나. 살아서 적조하던 것들의 푸른 피톨에 발씨 서툴다가 시름시름 패는 보리목에 한눈 팔다가, 들 밭 장다리꽃 는개를 걷으며 내미는 노란 햇볕 한 보자기 싸들고 또 그렇게 앓다가는 봄날을 찾는다. 붉은 뺨처럼 피는 꽃그늘도 곱은 어깨 받든 꽃 차양도 공연히 아프기만 한 세상 한켠, 살아갈 힘만큼 흔들리는 것들을 훔치는 시인의 눈길이 울컥 비리다. /김유석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