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인물]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금융인프라 서둘러야…전북, 지금이 마지막 기회”

전북특별자치도를 비롯한 지자체에, 금융인프라 실행 요구 “국민연금만 바라봐서는 안돼”, 지자체·정치권 역할 중요 금융중심지 선정, 6월부터 본격 논의 시작 “시간이 없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서울남부지역본부에서 전북 금융인프라 구상에 대해 전북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 제공

국민연금공단 김성주 이사장이 전북금융도시 조성과 관련해 강한 위기의식을 드러냈다. 특히 김 이사장은 전북도 등 지자체를 향해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기회를 놓친다”며 책임있는 자세를 요구했다. 전북일보는 김 이사장을 만나 현 전북금융도시 구상과 당면한 문제에 대해 들어봤다.

-전북일보와 이번 인터뷰를 진행한 이유는 무엇인가.

“최근 정치 상황 때문이다. 지방선거 이후 금융 중심지 추진 방향을 처음부터 설명하고 다시 맞춰야 하는 상황으로 보인다. 시간이 없다. 6월이면 용역이 끝나고 바로 금융 중심지 지정 논의가 시작될 수 있고, 2차 공공기관 이전도 같이 진행될 수 있다. 이 중요한 시기에 전북금융중심지 관련 정책이 부각되지 않아 답답한 심정이다. 어찌 보면 지금이 전북도의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국민연금의 규모와 위상은 훨씬 커졌다. 기금운용 방향도 달라졌다.

“8년 전 제가 처음 이사장을 맡았을 때 기금 규모는 약 600조 원 수준이었다. 지금은 1500조 원을 돌파해 2.5배 이상 성장했다. 이제 국민연금은 전 세계가 주목하는 ‘글로벌 탑티어 연기금’으로 자리 잡았다.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글로벌 투자 다변화이다. 기금 규모가 앞으로 3,600조 원 이상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투자 포트폴리오를 더욱 다양화해야 한다. 현재 선진국 중심의 투자에서 , 해외 사무소를 확대하고 운용 역량을 강화해 신흥시장까지 투자 영역을 확대해야 한다. 둘째는 유니버설 오너로서 책임투자를 강화하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 자산을 맡은 기관이다. 투자한 기업이 투명하게 경영되고 기업 가치가 올라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이건 기업에 대한 간섭이 아니라,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기 위한 당연한 주주활동이다. 셋째는 기금운용 인프라 확충이다. 다섯 번째 해외 사무소를 포함해 투자 다변화를 위해 조직을 강화할 계획이다. 아울러 인공지능(AI)과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뉴스나 정치적 위험 같은 비정형 데이터를 분석하여 국가와 기업에 대한 조기경보 시스템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금융 중심지 추진의 어려운 점은.

금융 중심지 신청의 주체는 국민연금이 아니다. 전북도다. 서울과 부산도 지자체가 계획을 세우고 정책을 추진했다. 그런데 전북도는 국민연금만 쳐다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우리는 이미 할 일을 하고 있다. 실제 여러 금융사들이 전북에 진출하고 있고 이것은 분명한 성과다. 반면 전북도와 전주시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지자체는 인프라를 만들고 기업과 사람이 모일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그게 지자체 역할이다”

-전북도가 제안한 ‘전북 패스포트’ 구상에 대해서도 견해를 듣고 싶다.

“제안 소식을 듣고 의아했다. 그것은 전북도가 아니라 국민연금이 해야 하는 일이다. 지자체는 지금 해야하는 정책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위탁운용사 선정 및 관리는 기금운용에 있어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핵심 업무이다. 전문 기관인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가 안정적인 수익 제고를 위한 다양한 요소를 반영해 심도 있게 검토해서 결정해야 할 사안이다. 공단은 금융생태계 조성을 위하여 현재 TF를 구성하여 운영 중이다. 국가계약법 등 법률에 위배사항이 없도록 법률검토와 함께 자산운용사 대상 설문조사와 의견 수렴을 진행하고 있다. 이 TF를 통해 올해 상반기까지 구체안을 만들어낼 것이다”

-국민연금과 거래를 하고 있음에도 금융기관이 전북에 오지 않는 이유는.

“기업들이 만나면 똑같은 얘기를 한다. ‘사무실이 없다’, ‘주거 환경이 불안하다’, ‘비용이 비싸다’는 거다. ‘입주할 건물도 없는데 어떻게 오냐’, ‘비싼 돈 내고 전주 갈 바에는 차라리 서울에 있겠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금융사 입장에서는 직원들이 내려오기 싫어한다는 이유가 가장 크다. 기존 생활 기반을 바꾸기 싫기 때문이다. 사기업 직원에게 전주에 오는걸 강요한다면 결국 직원이 떠난다. 결국 올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줘야 하는 것이다. 지자체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의무가 있다”

-전북금융도시 지정에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인가.

“세 가지를 이야기 하고 싶다. 업무 공간, 주거, 교통이다. 전북 국제금융센터는 10년 넘게 추진됐는데 아직 설계 단계이다. 빨리 해야 한다. 주거 문제도 심각하다. 질 좋고 저렴한 공공주택 공급이 필요하다. 이건 지자체가 해야 할 일이다. 전북혁신도시의 주택 임대료가 서울 강남 다음으로 높다는 이야기도 나오는 실정이다. 교통도 문제다. 혁신도시 내부 대중교통도 부족하고 전주역·익산역과의 연결도 불편하다. 지난 국민연금 이사장 때 전북혁신도시를 수소 시범도시로 지정해 수소 버스를 운행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아무런 정책 실현도 되지 않고 있다. 이 세 가지가 해결되면 상황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최근 국내외 금융사들이 전북, 특히 전북혁신도시를 찾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이사장 취임 이후 어떤 변화가 있었나.

“대통령께서 강조하는 지방이 주도하는 성장 전략과 국민연금을 중심으로 하는 전북 금융생태계 조성은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제가 이사장으로 다시 와서 1월에 전주에 사무소를 설치한 국내·외 자산운용사 대표들과 간담회를 개최했고, 그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를 직접 듣고, 논의했다. 전주 사무소 개소, 인력 배치 등은 전적으로 금융회사가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고, 강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 모든 과정에서 저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중요함을 강조한 일관된 메시지를 냈다. 최근에 KB, 신한, 우리, 하나금융이 차례로 응답해 전북 금융거점 조성을 발표했다. 이들은 전주에 상주하며 국민연금과 함께 글로벌 투자 기회를 발굴하고, 세계 최고의 금융 기법을 이곳 전주에서 공유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전주를 ‘자산운용 금융 도시‘로 변모시키는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금융 생태계 조성의 핵심은 무엇인가.

“사무실 몇 개냐, 몇 명이 왔냐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와서 무엇을 하느냐’이다. 구체적으로는 다양한 세미나, 컨퍼런스를 통해 투자 정보가 오가야 한다. 전주에 가면 글로벌 투자자들이 모이고 어디서든 투자 이야기가 나오는 환경이 돼야 한다. 개인 투자자와 기업들이 전주에 가면 금융정보를 얻을 수 있고 그것이 수익이 될 수 있게 해야 한다. 결국 금융도시는 단순히 기관이 오는 게 아니라 정보와 사람이 모여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필요한 것은 시장에 대한 정보이고 그 다음에 잘 운영하고 있는지에 대한 점검이다. 예를 들면 ‘이란 전쟁 때문에 지금 어떤 위기가 생기고 있고 우리는 이걸 어떻게 해야 될지’, ‘AI 관련된 투자에서 높은 수익률이 예상되는 새로운 투자 기회를 찾았다’이런 정보가 돌아야 한다”

-전주 금융 생태계를 어떻게 활성화할 계획인가.

“앞으로 운용사 선정 기준과 관련해 변화된 방향을 보여줄 것이다. 상당히 큰 변화가 될 것이다. 애널리스트들이 전주에 와서 국민연금 사람들에게 ‘우리는 이런 시장을 유망하게 보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게 될 것이다. 그걸 국민연금만 듣는 게 아니다. 이미 전주에 내려와 있는 금융사 직원들도 함께 듣게 될 것이다. 그래서 세미나와 컨퍼런스를 계속 열 것이다. 전주에 오면 자연스럽게 그런 정보를 듣고 교류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지금은 여의도에서 듣던 고급 정보를 굳이 전주까지 와서 들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앞으로는 ‘그 정보를 들으려면 전주에 가야 한다’는 환경을 만들 것이다. 국민연금에 와야만 들을 수 있는 정보가 있어야 한다. 더 나아가 일반 국민과 지역 주민들도 참여할 수 있게 할 것이다. 지금은 전 국민 투자자 시대다. 전주에 가면 유명 애널리스트나 전문가들이 와서 투자 전략을 이야기하는 공간이 언제나 넘치게 될 것이다. 결국 ‘전주로 가야 정보가 있다’는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

-금융도시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국민연금에게 지역 상생은 단순히 평가를 위한 항목이 아니라, 전북에 뿌리를 내린 기관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책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전북도민들은 실패 경험이 많아서 쉽게 믿지 못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국민연금 전북이전도 처음에는 불가능하다고 했던 일이다. 시간이 걸릴 수는 있지만 방향을 정하고 가면 반드시 간다. 문제는 중간에 포기하는 거다. 이재명 대통령의 등장으로 많은 것이 바뀌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금융도시에 대한 확고한 인식과 의지를 갖고 있다. 이제는 이 의지를 실현할 수 있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 가장 낙후된 지역으로 평가받는 전북도에서 금융으로 성과를 낼 수 있다면,  국가 균형발전의 모범 사례가 될 것이다. 전주라는 지방 도시에서 글로벌 기금 운용이 이뤄지고, 독립적인 금융 거점으로 자리 잡는 모델을 만들고 싶다. 전북도에서 시작된 금융이 국제적으로도 인정받는 하나의 모델이 되는 것이 목표이다”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추진되고 있다. 전북 금융도시 조성을 위해 추가적으로 필요한 기관 유치는 무엇인가.

“지난번 임기 때도 필요 기관에 대해 조사해서 보고했다. 전북 혁신도시를 자산운용 중심 금융도시로 만들려면 자산운용 기관들이 모여야 한다. 구체적으로 연기금이 같이 와야 한다.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 같은 연기금들이 함께 모여야 한다. 공제회도 마찬가지다. 이른바 주요 8대 공제회라고 얘기하는데, 이런 기관들이 함께 있어야 정보도 교류되고 인적 네트워크도 만들어진다. 같이 모여야 실제 운용에 도움이 된다. 전주에 가면 기금운용에 어려움이 생길 거라고 걱정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을 국민연금이 이미 보여줬다. 따로 떨어져 있으면 효과가 없다. 국민연금 혼자 있는 구조로는 금융 생태계가 만들어지기 어렵다”

-정치권과 지자체에 하고 싶은 말은.

지금 준비해야 한다. 선거 이후가 아니라 지금 공약 단계에서부터 금융 인프라 조성 계획을 내놔야 한다. 누가 당선이 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당선되는 사람이 무엇을 할 것이냐가 중요하다. 지금 시기에 공약으로 답을 내놔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이 국민연금에게는 큰 힘이 되고 있다. 그러나 전북특별자치도를 비롯한 지자체들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점은.

“오라고 했으면 전북도가 책임져야 한다. 가라고 했으면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 국민연금은 역할을 다할 것이다. 실제 많은 것들이 바뀌고 있다. 지금이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