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신문고] ‘위험한 침묵’, 이제는 응답해야 할 때

노후 건축물 비중 가파른 증가 방치땐 큰 재산피해‧인명 사고

송미영 건축사 (전북특별자치도건축사회/디에스건축사사무소)

최근 우리 사회는 급격한 도시화의 시기를 지나, 이제는 ‘어떻게 잘 유지하고 관리할 것인가’라는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우리가 매일 먹고 자고 일하는 ‘건축물’의 노후화 문제는 여전히 개인의 영역이나 먼 미래의 일로 치부되곤 한다. 특히 전북 특별자치도의 경우, 구도심을 중심으로 30년 이상 된 노후 건축물 비중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어 이에 대한 경각심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건축물도 생명체와 같다. 시간이 흐르면 골조가 약해지고 외벽에 주름(균열)이 생기며 내부 설비는 노후화된다. 문제는 건축물의 노후화가 매우 서서히, 그리고 ‘침묵’ 속에서 진행된다는 점이다. 대형 사고로 이어지는 붕괴나 화재는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나는 천재지변이 아니다. 수년 전부터 건축물이 보내온 수많은 구조적 위험 신호를 우리가 무심코 지나친 결과인 경우가 많다.

건축 전문가로서 현장에서 마주하는 가장 안타까운 상황은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사고를 방치하여 큰 재산 피해와 인명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다. 벽면의 미세한 대각선 균열, 창문이 갑자기 뻑뻑해지는 현상, 특정 부위의 누수와 백화 현상은 건축물이 시민들에게 보내는 간절한 구조 요청이다. 이를 단순한 미관상의 문제로 치부하고 페인트칠로 가리는 임시방편은 오히려 더 큰 재앙을 부를 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첫째, ‘안전은 비용이 아닌 투자’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노후 건축물의 점검과 보수·보강을 단순한 지출이나 매몰 비용으로 인식해서는 안 된다. 이는 건축물의 수명을 연장하고 자산 가치를 유지하는 동시에, 무엇보다 인명 피해를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대비책이기 때문이다.

둘째, 전문가에 의한 정기적인 ‘정밀 검진’을 생활화해야 한다.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구조적 결함이나 내진 성능 저하 등은 건축사나 구조기술사의 진단을 통해서만 정확히 파악될 수 있다. 특히 일부 지자체에서 시행하는 노후 건축물 안전 점검 지원 사업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이다. 다만 이러한 사업은 지역별로 운영 여부와 지원 범위에 차이가 있는 만큼 사전 확인이 필요하다.

셋째, 지역사회의 공동 대응이 중요하다. 노후 건축물은 인접 건물의 안전에도 영향을 미치며, 구도심의 밀집 주거지에서는 개별 건축주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전북특별자치도와 각 시·군은 안전 점검 예산을 확대하고, 노후 건축물 데이터베이스를 정밀하게 구축해 상시적인 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안전한 도시는 화려한 마천루가 아니라, 낡은 골목 속 오래된 건축물들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는지에 의해 결정된다. 우리 집 벽면에 생긴 작은 균열 하나를 다시 들여다보는 일, 그것이 곧 안전의 출발점이다. 건축물이 보내는 ‘침묵의 신호’에 우리가 응답할 때, 비로소 전북은 보다 실질적인 안전 도시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