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담자는 “집에 누수가 생겨 아이들 건강이 걱정돼 몇 번이나 수리해 달라고 빌다시피 했다. 그런데도 집주인은 콧방귀도 안 뀌더라. 결국 곰팡이까지 피어오르는 걸 보고 피눈물을 머금으며 내 돈으로 수리하고, 집주인에게 수리비만큼 월세에서 제하겠다고 말했다. 그때는 아무 말도 없더니 이제 와서 딴소리를 한다. 더 기가 막힌 건, 아이들만 있는 집에 막무가내로 문을 열고 들어와 아이들을 겁주며 월세 안 낼 거면 나가라고 고함을 치고 갔다는데, 부모로서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다. 이런 막무가내 집주인을 어떻게 대응하면 좋냐?”며 집 없는 서러움에 슬퍼하고 있었다.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는 말이 떠올라 기분이 씁쓸했지만, 내담자의 말이 구구절절 옳았기에 임차인으로서의 권리와 집주인의 잘못을 차분히 설명했다.
누수와 같은 건물의 보존을 위한 비용을 필요비라고 하는데, 이는 집주인 부담이다. 필요비 지급의무는 임차인의 월세 지급의무와 서로 대응관계에 있어 임차인은 지출한 필요비만큼 월세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대법원 2019. 11. 14. 선고 2016다227694 판결). 그래서 필요비 공제로 월세가 연체돼도 정당한 필요비 지출이 있었다면 집주인은 이를 이유로 임차인을 내쫓을 수 없다.
반면, 집주인도 계약기간 중에는 임차인 허락 없이 주거지에 침입할 수 없다. 즉, 동의 없이 집에 들어간 행위는 주거침입죄(형법 제319조)에 해당한다. 또한 아이들에게 위압감을 주며 나가라고 고함을 친 행위는 협박죄(형법 제283조)가 성립할 수 있다. 나아가 아동의 심리적 안정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아동복지법 제17조 제5호)로 간주되어, 아동복지법 위반(아동복지법 제71조 제1항 제2호)으로 엄중한 처벌을 받을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다.
내담자에게 “법을 무시한 임대인에 대해 정당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위로를 건넸지만, 씁쓸한 마음은 지울 수 없었다. 임대인과 임차인은 서로가 있기에 존재하는 동반자이다. 법을 무시하고 타인의 삶을 짓밟는 행위는 결국 본인의 자산 가치와 명예를 스스로 깎아먹는 일이다. 지금이라도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고, 책임감 있는 임대인의 모습으로 돌아오기를 강력히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