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이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학벌이나 직업 경력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특정 분야의 성공 이력이나 기업 경영 경험이 하나의 조건은 될 수 있어도 그것만으로 정치의 자격이 완성되지는 않는다. 정치는 사람들의 삶을 이해하고, 지역의 문제를 읽고,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조정하며 미래의 방향을 설득하는 일이다.
그래서 정치에서는 그 사람이 살아온 궤적이 중요하다. 무엇을 오래 고민해왔는지, 어떤 현장에서 활동해왔는지, 그리고 어떤 말과 글로 자신의 철학과 태도를 드러내 왔는지가 정치인의 자격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정치에서는 그런 검증이 사라지고 있다. 정당들은 선거 때마다 ‘새로운 인재’를 말하지만 실제로는 대중적 인지도나 직업적 이미지, 선거 전략상 활용 가능한 상징성을 앞세운다. 정치인을 오랜 시간 성장시키기보다 선거에 투입할 후보를 선택하는 구조다.
정치 선진국에서는 정치인이 하루아침에 등장하지 않는다. 지역 활동과 정책 경험, 지방의회와 시민사회 활동 등을 통해 오랜 시간 검증받으며 정치인으로 성장한다.
반면 우리는 선거가 가까워지면 갑작스러운 ‘인재 영입’이 시작된다. 전략공천도 다르지 않다. 정당이 먼저 “이 사람이 적임자”라고 판단해 유권자 앞에 내세운다면 최소한 지역에 대한 이해와 활동, 현안에 대한 고민 정도는 확인할 수 있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후보는 갑자기 등장하고 토론과 검증 과정은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다. 경선은 사라지고 유권자는 이미 좁혀진 선택지 안에서 투표를 요구받는다.
특정 정당의 지지세가 강한 지역일수록 이 문제는 더 깊어진다. 선거보다 공천이 사실상의 본선이 되는 구조에서는 유권자의 선택 이전에 정당의 선택이 지역의 미래를 좌우하게 된다. 정치인은 시민보다 공천 권력을 바라보게 되고, 지역 정치는 장기적 비전보다 중앙정치의 판단에 흔들린다. 전북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이번 재보궐선거가 치러지는 전북의 두 지역은 농업의 위기와 지역소멸, 재생에너지와 새만금 개발 문제 등 복합적인 과제를 안고 있다. 민주당은 두 곳 모두 전략공천 후보를 내세웠다. 그들이 지역 문제와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었는지, 어떤 관점과 철학을 가졌는지, 무엇을 말해왔는지 충분히 검증되기도 전에 공천은 끝났고 후보들은 유권자 앞에 섰다.
그러니 이제 중요한 것은 정당이 붙여준 ‘인재’라는 이름을 스스로 증명해내는 일이다. 정치의 자격은 공천장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순간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