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덕 시인의 ‘풍경’] 아카시아꽃

안성덕 作

동요 때문이었겠지요. 동구 밖 과수원 가는 길에 피었지요. 그렇게 추억하고 싶은 꽃입니다. 벌 떼 잉잉거립니다. 할머니 무릎의 옛날이야기만큼이나 먼 옛날, 사방공사란 걸 했었지요. 벌거숭이 붉은 산엔 메아리가 살 수 없다고 아이들은 자꾸만 노래를 불러댔고, 해마다 장마철이면 산사태가 나기 일쑤였으니까요. 속성수인 아카시아, 오리목, 싸리나무를 심었습니다. 지금은 공휴일 아니라서 있는지도 모르는 이 많지만, 식목일엔 대통령도 코흘리개 1학년짜리도 산에 산에 산에다 나무를 심었지요. 고향마을 동구에서 반갑던 그 꽃이 피었습니다.      

영화 속 풍경일까요? 꿈속 기억일까요? 온다, 안 온다. 사랑한다, 안 사랑한다. 한 잎씩 떼어내며 애달팠었지요. 지천이던 토끼풀꽃 따 풀꽃반지도 만들었던 성싶고요. 젖배 곯은 누이동생처럼 서럽기도 한 꽃입니다. 우연히 장터에서 만난 막내 외삼촌이 가만 입에 넣어준 오다마 사탕보다 더 달콤한 꽃입니다. 흔하다고 천한 꽃 아니지요. 꿩 꿩 산꿩이 웁니다. 둘이서 마주 앉아 얼굴 마주 보며 쌩끗, 웃고 싶은 날입니다. 아카시 꽃이 맞다지만 내겐 언제까지나 아카시아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