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칼럼] 더는 속지 않는다, 새만금 희망고문 시즌 2가 되지 않으려면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민주당 후보만이 새만금을 살릴 수 있다?” 민주당 지도부와 후보들이 선거를 앞두고 또다시 해묵은 ‘새만금 팔이’에 나섰다. 13일, 새만금을 찾은 한병도 원내대표는 현장 간담회에서 “속도감 있는 새만금 사업 추진은 힘 있는 민주당 후보만이 제대로 이끌어갈 수 있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이원택 도지사 후보는 당정청 원팀을 KTX에, 무소속 후보를 완행열차에 비유하며 속도전을 강조했다.

지난 35년간 우리가 숱하게 들어온 익숙한 서사다. 전북의 표심을 낚는 꿀단지로 새만금을 이용해 온 이들은 선거 때마다 중앙정부의 전폭적 지원과 속도감 있는 추진을 약속했다. 그러나 그 엄청난 힘으로 지난 수십 년간 민주당이 새만금에서 해온 일이 무엇인가? 그들이 자랑하던 원팀의 성적표는 참담하다. 준설을 하는 만큼 썩어가는 새만금호와 생태계가 붕괴된 방조제 앞바다, 예산만 축내는 지지부진한 공정률, 덩그러니 남아 있는 잼버리 부지의 글로벌센터가 그들이 자랑하는 새만금의 실체다. 방향이 잘못된 열차는 빠를수록 더 큰 참사를 부를 뿐이다. 새만금이 답답한 사업의 전형이 된 것은 환경단체 때문이 아니라, 수질 개선과 미래 비전 없이 땅부터 보여주자는 개발 속도전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토목 공사에만 매몰된 정치권의 무능 때문이다.

특히 “현대차가 원하면 다 된다”는 김윤덕 국토부 장관의 발언은 공공의 자산을 기업의 요구에 바치는 행정 포기 선언과 다름없다. 현대차의 투자가 전북에 기회인 것은 분명하나, 그것이 밀실 협약과 비공개 정책 결정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수라갯벌 등 생태계의 보루인 농생명용지 3공구를 현대차의 발전소 부지로 헌납하는 방식은 35년 실패의 역사를 되풀이하는 졸속 개발의 연장일 뿐이다.

현대차 투자는 새만금의 기회일 수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밀실에서 투자 협약이 이뤄지고, 사업 내용은 베일에 가려진 채 일부 부처와 기업의 이해관계로만 정책이 결정된다면, 그 기회는 또 하나의 특혜 개발이자 실패한 국가사업으로 전락할 뿐이다.

대통령조차 새만금의 현실에 깊은 우려를 표하며 새로운 전환을 언급하는 이 시점에, 지역 정치권만은 여전히 썩어가는 물 위에서 장밋빛 신기루를 그리며 표만 얻으려 한다.

새만금은 속도가 아니라 혁신이 필요하다. 수질 개선을 위해 호내 관리 수위를 높여 조력발전의 경제성을 확보하고, 무분별한 매립 대신 기존 조성된 부지의 완성형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 농생명용지를 산업단지로 전용하는 꼼수 대신 영농형 태양광과 해상풍력을 연계한 에너지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수라갯벌과 해창갯벌 등 생태 거점을 보존하며 지역과 상생하는 개발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이제 새만금 공약만으로는 표심을 얻을 수 없다. 도민들은 대기업의 낙수효과만을 기다리는 천수답식 경제가 아니라, 지역 자원을 활용한 내실 있는 발전과 중소기업 중심의 자립적 경제 구조를 원하고 있다. 지역 소멸 위기 대응 같은 민생 공약이 새만금 속도전에 가려져서는 안 된다.

이번 선거가 ‘새만금 희망고문 시즌 2’가 되지 않으려면, 기득권의 오만함을 버리고 새만금의 판을 새로 짜라는 도민의 요구에 응답해야 한다. 방향 잃은 KTX는 탈선 열차가 될 뿐이다. 죽어가는 새만금호와 도민의 삶을 살릴 길은 속도가 아닌 공존과 지속 가능성에 있다. 민주당은 뼈를 깎는 성찰을 통해 혁신적인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