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지사 선거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정책과 비전은 실종되고, 막말과 네거티브만 난무하는 진흙탕 싸움으로 전락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원택 후보와 무소속 김관영 후보 측이 서로를 향해 쏟아내는 공방은 이제 도를 넘었고, 급기야 영화에서나 나오는 ‘개·돼지’라는 표현까지 등장하면서 선거판의 수준을 스스로 무너뜨렸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김관영 후보 선거대책위원회는 지난 16일 열린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앞두고 민주당 중앙당이 김 후보를 돕는 당원들에 대한 암행감찰에 나서고 ‘해당행위 엄단’ 방침을 밝혔다면서 정청래 당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를 겨냥해 “전북도민을 개·돼지로 취급한다는 방증”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암행감찰의 실체와 절차에 대한 구체적 근거는 충분히 제시되지 않았고 과도하게 자극적인 표현만 부각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후보 측 역시 다르지 않았다. 즉각 입장문을 내 “도민을 개·돼지에 비유한 망언”이라며 역공에 나섰지만, 정작 감찰 논란의 본질에 대한 설명은 내놓지 않은 채 김 후보의 ‘현금 살포 의혹’ 등 과거 문제를 다시 끌어들였다.
논점을 흐리는 전형적인 맞불 전략으로, 유권자 입장에서는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쟁점인지조차 흐려지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 같은 공방이 단순한 말싸움을 넘어, 선거의 본질 자체를 지워버리고 있다는 점이다.
누가 더 나은 정책을 갖고 있는지, 전북의 미래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에 대한 경쟁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신 더 자극적인 표현, 더 강한 비난이 경쟁력이 되는 왜곡된 선거판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심지어 이 후보와 김 후보 선거캠프 관계자들 사이에선 서로 누가 불법 선거운동을 하는지 미행하며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유권자들의 피로감은 이미 한계치에 다다랐다. 지역 민심이 왜 흔들리는지에 대한 성찰은 실종된 채, 상대를 향한 공격과 책임 떠넘기기에만 몰두하는 정치권의 모습에 “도대체 누구를 위한 선거냐”는 냉소가 커지고 있다.
특히 민주당 입장에선 전통적인 민주당 강세 지역인 전북에서조차 민심 이탈 조짐이 나타나는 상황이라면, 그 원인을 직시하는 것이 먼저인데도 지금의 선거는 원인 분석 대신 감정적 대응과 내부 단속, 그리고 상대 흠집내기에만 집중하고 있다. 스스로 위기를 키우는 셈이다.
여기에 민주당의 선거 프레임도 한몫했다. 민주당 지도부와 이 후보 측은 “민주당 후보를 뽑지 않으면 새만금 발전이 늦어질 것”이라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같은 논리는 과거 국민의힘이 지방선거나 총선에서 사용했던 “지지해줘야 예산과 지역 발전이 가능하다”는 유권자 압박 프레임과 유사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결국 이 싸움의 가장 큰 피해자는 유권자가 되게 됐다. 선택의 기준이 되어야 할 정책과 비전은 사라지고, 남은 것은 막말과 의혹뿐으로 선거가 끝난 뒤 무엇이 남을지 걱정된다는 지적이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지금 선거는 누가 더 나은 도정을 이끌지에 대한 경쟁이 아니라, 누가 더 강하게 상대를 공격하느냐의 싸움으로 변질됐다”며 “이대로라면 가장 큰 피해자는 결국 유권자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