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쌀값 안정을 위해 장려해 온 논콩 재배 지원 정책을 파종기 직전 갑작스럽게 뒤집으면서 농가들이 깊은 시름에 빠졌다. 정부의 약속을 믿고 벼 대신 콩을 선택했던 전국 최대 논콩 주산지인 부안 들녘은 생존권을 위협받는 처지에 놓였다.
정부 정책의 급변은 12만 4000톤에 달하는 국산 콩 재고량 부담에서 비롯됐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수급 조절의 불가피성을 피력하며 “지난 4월 1일 간담회에서 언급된 감축 방침이 최종 확정은 아니다”라면서도 “재고 과잉으로 대폭 감축이 필요해 해당 방침대로 추진 중인 것은 맞다”고 전했다.
이처럼 정부가 감축을 기정사실화하자 농민 단체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당시 간담회에 참석했던 한국들녘경영체중앙연합회, 한국국산콩생산자연합회, 농협두류전국협의회 등 3개 단체는 정부의 ‘2026년산 콩 수매량 반토막(6만 톤에서 3만 톤으로)’ 방침에 일제히 강한 우려와 함께 전면 거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부 정책의 일관성 결여로 인한 타격은 대규모 기반시설 투자를 단행한 영농인들에게 집중되고 있다. 부안군 계화면에서 논콩을 대량 재배하는 임 모씨는 “정부 수매가는 일반 유통 가격의 최소 방어선인 1kg당 4800원을 지탱하는 마지노선이었다”며 “수매가 반토막 나면 시중 가격까지 연쇄 폭락하는 현상이 불가피하다”고 토로했다.
임 씨는 또 “논콩 재배용 맞춤형 농기계와 기반 시설 등에 투자한 금액만 10억 원이 넘는데, 파종을 바로 앞에 두고 이런 조치들이 수면 밑에서 오고 가니 막막한 심정”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지역 농정을 책임지는 지자체 역시 뚜렷한 해법 없이 고육책을 내놓으며 혼란을 겪고 있다. 부안군 관계자는 “중앙정부의 정확한 공식 행정 지침은 아직 내려오지 않았으나, 논콩 재고 과잉으로 수매가 대폭 감소한다는 내용에 따라 올해는 지난해 면적 외의 추가 신청은 받지 않고 있다”며 “대체 안으로 ‘수급조절용 벼 재배’ 신청을 받는 중”이라고 전했다.
생산자 단체들은 이번 조치가 영농조합법인과 청년 농업인들의 성장을 가로막는 행위라며 농식품부에 △정부 수매 6만 톤 유지 △전략작물 직불제 신청 제한 즉각 폐지 △국산 콩 가공식품 산업 육성 등 근본적인 소비 활로 개척을 요구하고 나섰다.
김대식 한국들녘경영체중앙회장은 “급작스러운 정책 변경으로 인한 부담을 농가가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며 “전국 시·군 연합회와 뜻을 모아 감축 추진안에 대한 합리적인 조정을 반드시 이끌어내겠다”고 강조했다.
본격적인 파종기를 맞이한 부안 들녘에는 당초의 기대감 대신 오락가락하는 농정에 대한 아쉬움과 농민들의 깊은 한숨만 가득 차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