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76주년 특집] 도시 전체가 하나의 관광 동선…'관광의 길' 다시 짜는 전주

전주역에서 BRT까지… ‘명소 중심’에서 ‘도시 흐름 중심’으로 변화

전주의 관광 전략이 ‘명소 중심’에서 ‘도시 흐름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한옥마을을 찾고 돌아가는 관광을 넘어, 전주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이동하고 머물고 소비하는 전 과정을 하나의 관광 경험으로 설계하는 방식이다. 핵심은 도시 구조의 변화다. 전주역을 새롭게 정비해 관광의 첫 관문을 바꾸고, BRT를 통해 전주역과 한옥마을, 원도심, 전주천 일대를 연결하는 대중교통 중심의 관광 축을 만드는 것이다. 여기에 도심과 생활권, 문화공간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해 관광객이 도시를 따라 이동하고 머물며 경험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 전주 관광은 이제 ‘어디를 볼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도시를 따라 이동할 것인가’로 질문을 바꾸고 있다.

전주역 조감도. /전주시

△전주에 도착하는 순간, 관광은 이미 시작된다

관광객이 처음 마주하는 역의 풍경과 이동 동선은 도시의 첫인상을 만든다. 하지만 연간 300만 명 이상이 이용하는 역임에도 노후화된 역사와 부족한 대기·환승 공간, 주차 불편 등으로 그 역할을 충분히 해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있었다.

이러한 한계를 바꾸기 위한 개선이 본격화되고 있다. 기존 역사를 보존하면서 뒤편에 증축 역사를 건립하는 방식이다. 새 역사는 지하 1층~지상 3층, 연면적 6146㎡ 규모로 기존보다 4배 이상 확대되며, 주차 공간도 총 602면 규모로 확충될 예정이다.

역사 증축과 주차시설 외에도 선상 연결 통로, 전면광장 조성 등이 함께 추진되고 있다. 후면주차장은 6월 중순부터 임시 운영될 예정이며, 사업은 2027년 말 완료를 목표로 한다. 역사는 지열과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친환경 공간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이 변화는 관광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전주역은 더 이상 단순한 승하차 공간이 아니라, 전주 관광이 시작되는 ‘도시의 로비’가 된다. 관광객은 전주역에서 도시의 첫 이미지를 만나고, 광장과 환승 동선을 따라 자연스럽게 도심으로 이어진다. 전주 관광의 출발점도 한옥마을에서 전주역까지 확장되고 있다.

역세권 교통 체계와 보행 동선 등이 함께 재편되면서 전주역은 철도와 시내버스, 향후 BRT까지 연결되는 복합 교통 거점으로 확장되고 있다. 광장에는 ‘빛의 못’과 휴식 공간도 조성돼 관광객이 전주의 첫인상을 여유롭게 경험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여기에 역 인근 옛 농심 창고 용지에는 ‘전주 첫마중센터’ 조성도 추진되고 있다. 시외·고속버스 환승 기능과 관광 안내·라운지 기능이 결합한 공간으로, 전주시는 이를 통해 전주역 일대를 교통과 관광, 체류 기능이 연결된 복합 관광거점으로 키워간다는 구상이다.

역세권 일대도 함께 바뀌고 있다. 전주역 후면 106만㎡ 부지를 대상으로 한 역세권 개발사업이 추진되는 가운데, 역 앞 광장을 중심으로 보행 동선과 숙박·상업·문화 기능이 어우러지며 전주역 일대는 단순한 통과 공간을 넘어 머무는 생활·관광 거점으로 변화하고 있다.

전주역은 더 이상 지나치는 공간이 아니라, 도시를 경험하는 첫 장면이 되고 있다.

 

△이동이 관광이 되는 도시, BRT가 흐름을 만든다

전주 관광의 변화는 이동에서 시작된다. 전주시는 기린대로를 중심으로 간선급행버스체계, 즉 BRT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BRT는 중앙 전용차로와 중앙정류장을 조성해 개인 교통과 완전히 분리해 버스의 속도와 정시성을 높이는 대중교통 시스템이다.

현재 추진 중인 1단계 기린대로 BRT는 호남제일문에서 한벽교 교차로까지 9.5㎞ 구간이다. 전주시는 1단계 구간 개통을 올해 말 목표로 하고 있으며, 향후 백제대로와 송천중앙로까지 확대해 도시 전반을 잇는 대중교통 축으로 발전시킨다는 구상이다.

중앙정류장에는 냉·온열 의자와 실시간 버스정보안내단말기(BIT) 등 체감형 편의시설도 도입된다. 정류장은 단순한 대기 공간을 넘어, 잠시 머물며 다음 여정을 준비하는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 사업이 관광과 연결되는 지점은 분명하다. BRT의 핵심은 속도가 아니라, 관광의 동선을 설계하는 데 있다. 전주역과 한옥마을, 원도심, 전주천, 월드컵경기장 등이 하나의 관광 축으로 이어지면 관광객의 이동 범위도 자연스럽게 넓어진다.

결국 BRT는 단순한 교통정책이 아니다. 전주역에 도착한 관광객이 한옥마을만 둘러보고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전주천 야간 콘텐츠와 월드컵광장 행사장, 원도심 상권까지 자연스럽게 이동하도록 만드는 연결망이다. 이동이 편리해질수록 관광객의 동선은 넓어지고, 이는 체류 시간과 소비 확대로 이어진다.

전주 관광이 ‘한 지점을 찍고 돌아가는 방식’에서 ‘도시 전체를 따라 머무는 방식’으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이동의 흐름부터 달라져야 한다. 시민의 일상 이동을 위한 교통 인프라는 관광객에게는 도시를 더 넓고 입체적으로 경험하게 하는 기반이 되는 셈이다.

아중호수도서관 전경. /전주시

△흩어진 관광자원, 하나의 동선으로 이어진다

전주의 관광자원은 이미 도시 곳곳에 흩어져 있다. 문제는 각각의 공간이 따로 소비됐다는 점이다. 전주역과 한옥마을, 도서관, 정원, 원도심이 각각 따로 소비되면 관광객의 체류도 길어지기 어렵다.

전주시는 이 공간들을 하나의 흐름으로 엮고 있다. 도서관은 더 이상 책을 읽는 공간에 머물지 않는다. 아중호수도서관과 연화정도서관, 다가여행자도서관, 학산숲속시집도서관 등은 책과 건축, 산책, 지역문화를 결합한 생활형 관광지로 기능한다. 

특히 ‘전주 도서관 여행’은 이러한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도서관과 지역 서점, 문화공간을 연결해 책을 매개로 도시를 체험하는 인문 관광 프로그램으로, 지난해 2538명이 참여해 만족도 96.8점을 기록했다. 참가자의 57%는 다른 지역 방문객이었으며, 이 가운데 44.7%는 2일 이상 체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원도 중요한 축이다. 지난 5월 열린 ‘2026 대한민국 전주정원산업박람회’는 월드컵경기장과 덕진공원을 중심으로, 성공적으로 개최되며, 정원을 단순 전시가 아닌 도시 전반의 녹색 관광자원으로 확장하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팔복예술공장도 중요한 거점이다. 산업시설이었던 공간은 전시와 공연, 창작이 어우러진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재탄생했고, 인근 이팝나무길과 연결되며 예술과 자연이 함께하는 체류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샤갈 특별전 등 대형 전시 콘텐츠도 이어지며 공간의 문화적 깊이를 더하고 있다.

이처럼 전주의 관광은 명소 중심을 넘어, 도시 전체를 따라 흐르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전주역에서 시작된 동선은 도서관과 정원, 원도심을 관통하며 도시 전반을 하나로 잇는다.

 

△흐름이 바뀌자, 관광의 결과도 달라졌다

관광 동선이 넓어지면 머무는 시간은 자연스럽게 길어진다. 지난해 전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의 숙박 비율은 74%, 평균 체류 기간은 2.69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각각 24.2%포인트, 0.99일 증가한 수치다. 

이는 전주 관광이 ‘당일형’에서 ‘체류형’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단기 방문에서 벗어나 도서관과 정원, 원도심 콘텐츠가 연결되며 관광객이 하루 더 머물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최근 전주천과 남부시장, 한옥마을 일대에서 펼쳐지는 야간 콘텐츠 역시 체류를 확장하는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전주국제영화제와 국가유산야행, 전주천 야간 프로그램 등은 관광의 시간을 밤까지 확장하며 ‘머무는 관광도시’로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동선과 시간이 확장되면 소비도 함께 이동한다. 특정 관광지에 집중되던 소비가 숙박과 음식, 카페, 문화 체험, 골목상권으로 분산되며 도시 전반으로 퍼진다. 관광은 더 이상 특정 명소의 방문객 수 경쟁이 아니라, 지역 곳곳의 경제를 움직이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이처럼 체류형 관광은 사람을 불러들이는 데서 나아가, 머무는 시간을 소비로 바꾸고 그 소비를 다시 도시 전체의 활력으로 확장하는 전략이 되고 있다.

체류는 단순한 숙박일 수의 문제가 아니다. 여행 시간이 길어질수록 도시를 경험하는 깊이가 달라지고, 이는 다시 소비와 재방문으로 이어진다. 전주가 관광객 수보다 머무는 시간과 이동 동선, 소비의 질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주역 재정비와 BRT 구축이 본격화되면 이러한 변화는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다. 관광의 출발점과 이동 방식이 함께 바뀌면서, 도시의 관광 구조도 달라지고 있다. 전주 관광은 이제 명소를 넘어, 도시 전체로 확장되고 있다.

 

△전주, ‘관광이 흐르는 도시’가 되고 있다

전주 관광의 변화는 콘텐츠 확장에만 머물지 않는다. 전주역을 새롭게 정비하고, BRT로 도심의 이동 축을 만들며, 도서관과 정원, 예술공간 등 도시 곳곳의 공간을 하나의 동선으로 이어 관광객이 전주를 경험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

관광객은 전주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도시의 흐름 안으로 들어온다. 전주역은 첫 관문이 되고, BRT는 주요 거점을 잇는 이동 축이 되며, 도시 곳곳의 콘텐츠는 머무는 이유가 된다. 역에서 도심으로, 다시 생활권과 문화공간으로 발걸음이 이어지면서 전주는 이제 도시 전체가 관광이 되는 도시로 나아가고 있다.

관광객이 어디로 이동하고, 어디에 머물며, 어떤 장면으로 전주를 기억하게 할 것인지 도시의 흐름 속에서 설계하는 것이다. 결국 전주가 추진하는 관광 전략의 핵심은 개별 명소를 따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관광객이 전주에 도착한 순간부터 이동하고 머무는 과정 전체가 하나의 여행이 되도록 만드는 데 있다.

도착의 순간부터 이동과 체류 자체가 여행이 되는 도시, 전주가 만들어갈 새로운 관광의 흐름이 주목된다.

윤동욱 전주시 부시장은 “지역관광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관광객이 한곳에 머무는 데 그치지 않고 도시 전체를 경험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며 “전주역을 중심으로 한 교통 체계 개선과 도시 곳곳의 문화자원을 하나의 동선으로 연결해, 다시 찾고 싶고 더 오래 머물고 싶은 체류형 관광도시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