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의 수소산업은 이제 구호를 넘어 실제 산업기반을 넓혀가는 단계에 들어섰다. 완주를 중심으로 부안, 군산, 새만금을 축으로 한 생산과 활용, 인증, 실증, 기업지원이 이어지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전북특별자치도는 수소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설정하고, 지역별 산업 여건에 맞춘 수소 생태계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전북일보는 이번 연속 기획을 통해 우석대학교와 함께 전북의 수소산업을 진단해 격변하는 산업 현장에서 전북 산업의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완주는 수소 상용 모빌리티와 인증·시험 기반, 부안은 수전해 기반 그린수소 생산과 수소도시, 새만금은 재생에너지 연계 대규모 그린수소 생산, 군산은 차세대 CCU 기술 고도화 사업을 중심으로 역할을 넓혀가고 있다.
전북 수소산업의 중심에는 ‘수소상용모빌리티’가 있다. 전북은 수소버스 생산지역이자 세계 최초 수소트럭 상용화 경험을 보유한 지역으로, 중대형 수소모빌리티 산업기반을 갖추고 있다.
완주를 중심으로 수소상용차, 수소저장용기, 수소용품 관련 기업과 기관이 집적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수소특화 국가산업단지 조성과 수소특화단지 지정이 추진되고 있다. 수소차를 단순히 보급하는 차원을 넘어, 차량과 부품, 저장용기, 인증, 검사, 기업지원이 함께 움직이는 산업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우석대 수소연료전지 혁신센터가 조사한 ‘전북의 수소산업 생태계 및 교육 수요 분석’에 따르면 전북에는 2022년 기준 수소기업 97개가 소재하고 있다. 수소활용 분야 기업이 49개사로 가장 많고, 이 가운데 모빌리티 20개사, 연료전지 13개사가 포함돼 있다. 전북은 수소활용 분야에서 두드러진 기반을 보이고 있으며, 모빌리티와 연료전지를 중심으로 산업 역량이 축적되고 있다.
특히 전북 수소기업의 수소 분야 매출은 약 1조1000억 원 규모로 집계됐다. 이는 전국 수소 분야 매출에서 10.9%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기업 수 이상의 산업적 무게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전북 수소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연구개발 투자도 전북 수소산업의 중요한 특징이다. 전북 수소기업의 연구개발 투자비는 전국 수소산업 연구개발 투자비의 40.2%로 조사됐다. 수소산업이 기술집약형 산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연구개발 투자는 향후 산업 경쟁력과 직결된다. 전북의 수소기업들은 모빌리티와 연료전지, 수소 활용 분야에서 기술 개발을 이어가며 지역 산업 기반을 넓히고 있다. 도내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 공공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구조도 전북 수소산업의 강점으로 꼽힌다.
완주는 전북 수소산업의 핵심 거점이다. 완주군 봉동읍 일원에는 수소특화 국가산업단지 조성이 추진되고 있다. 2023년부터 2030년까지 추진되는 이 사업은 중대형 수소모빌리티, 수소저장용기, 수소용품 관련 기업 유치를 주요 내용으로 한다. 전북특별자치도와 완주군, LH, 전북개발공사 등이 참여해 수소 관련 기업 집적화와 산업단지 조성을 추진하고 있으며, 완주가 보유한 기존 산업단지와 기업 기반을 수소산업 성장축으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수소특화단지 지정도 전북 수소산업의 중요한 전환점이다. 완주군 봉동읍 장구리·둔산리 일원에서 추진되는 수소특화단지는 2026년부터 2040년까지 수소 상용 모빌리티 전후방 기업 집적화, 상용화 실증지원 기반 구축, 산업 생태계 확장을 목표로 한다. 완성차와 부품, 시험·인증, 연구개발, 기업지원이 한 공간에서 연결되면 수소 상용 모빌리티 분야의 전북형 산업모델이 보다 구체화될 수 있다.
전북 수소산업의 또 다른 축은 그린수소 생산이다. 부안 신재생에너지단지에는 수전해 기반 수소생산기지가 구축되고 있다. 이 사업은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수전해 설비를 기반으로 하며, 재생에너지와 연계한 그린수소 생산 기반을 마련하는 데 의미가 있다. 부안 수전해 기반 수소생산기지는 하루 1톤 규모의 수소 생산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으며, 고분자 전해질막 방식의 수전해 설비가 적용된다.
새만금은 전북 그린수소 전략의 확장 공간이다. 전북특별자치도는 새만금 재생에너지와 연계한 그린수소 생산체계 구축을 중점 추진 방향으로 제시하고 있다. 새만금 재생에너지 7GW를 활용한 그린수소 생산, 100MW급 그린수소 생산 예비타당성조사 재추진, 200MW급 그린수소 생산체계 구축 등이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현대차그룹과 연계한 PEM 수전해 실증 프로젝트도 추진되며, 이를 통해 수전해 기술 국산화와 대규모 그린수소 생산기반 조성이 함께 진행된다.
전북은 수소를 도시와 산업현장에서 활용하는 기반도 넓히고 있다. 전주·완주 수소시범도시 조성사업에 이어 부안 수소도시 조성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부안 수소도시는 2024년부터 2027년까지 하서면 일원에서 추진되며, 주거, 교통, 인프라 관리 등 도시 내 수소 활용 기반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수전해 기반 수소생산기지와 연계해 농촌형 수소도시 모델을 구축한다는 점에서 전북 수소산업의 활용 영역을 넓히는 사업으로 볼 수 있다.
시험·인증 인프라도 전북 수소산업의 중요한 기반이다. 완주에는 고분자 연료전지신뢰성평가센터, 수소용품검사인증센터, 사용후연료전지 사업화지원센터, 수소차폐연료전지 자원순환 시험·인증 특화센터 등이 구축되거나 추진되고 있다. 수소산업은 안전성과 신뢰성이 중요한 산업인 만큼, 시험·인증 기반은 기업 성장과 시장 진입을 뒷받침하는 핵심 인프라다. 완주를 중심으로 한 인증·시험 기반은 도내 기업뿐 아니라 수소 관련 기업들이 제품을 실증하고 사업화하는 데 필요한 지원체계로 기능할 수 있다.
군산에서는 차세대 CCU 기술 고도화 사업이 추진된다. 이 사업은 이산화탄소와 수전해 수소를 활용해 고에너지밀도 합성원유를 생산하는 전주기 CCU 통합공정 개발을 내용으로 한다. 그린수소와 탄소 포집·활용 기술을 결합해 차세대 에너지산업 기반을 넓히는 사업이다. 전북 수소산업이 모빌리티와 연료전지, 생산 기반을 넘어 합성연료와 탄소 저감 기술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기업 지원과 인력 양성도 전북 수소산업의 성장 기반으로 제시되고 있다. 전북지역 수소기업에는 수소 담당 근로자 2125명이 종사하고 있으며, 기술기능직과 연구개발직, 관리직을 중심으로 산업인력이 구성돼 있다. 우석대학교 등 지역 대학과 연구기관, 기업을 연계한 인재 양성 체계도 수소 상용 모빌리티와 수전해 분야를 중심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전북 수소산업의 방향은 비교적 뚜렷하다. 완주를 중심으로 한 수소상용모빌리티 산업 집적화, 부안과 새만금을 중심으로 한 그린수소 생산기반, 군산의 CCU 기술 고도화, 전주·완주와 부안을 잇는 수소도시 확산, 그리고 시험·인증과 기업지원 인프라가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고 있다. 전북특별자치도는 2030년까지 수소 관련 기업 수 100개, 수소산업 시장 규모 1조 원, 수소모빌리티 1만2000대, 수소충전소 30곳 이상을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국제연료전지기술위원회 의장 이홍기 우석대 산학부총장은 전북의 수소산업에 대해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중립이라는 문제해결을 위해 수소사회 도래는 불변의 진실로 어느 때보다 가속화되고 있어 이제는 수소경제가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시대의 변화이다”며 “지방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수소도시, 충전인프라, 산업단지 조성 등은 지자체의 실행력이 핵심이며 전북자치도는 수소연료전지산업에서 수소특화 국가산단을 유치하는 등 국내 최고의 지원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수소산업을 지역경제 성장의 축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으며 소비자의 선택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적극적인 사업방향 설정을 위해 혁신과 변화를 과감히 반영시키는 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