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에 가면 한때 양복점, 양장점, 미용실 등 화려한 상가가 즐비해 멋쟁이들로 북적이던 ‘멋쟁이길’이 있다. 1980년대만 해도 호황을 누렸던 이곳은 근대와 현대가 공존하는 문화예술의 거리로 재탄생했다.
이곳에서 반백 년 세월 동안 한 자리를 지켜온 ‘양복점 아저씨’ 김성곤(75) 씨를 만났다.
성일 양복점 통유리창 너머로 소파에 앉아 신문을 보는 김 씨가 눈에 들어왔다.
테이블 위는 물론, 소파 옆에도 세월의 흔적을 보여 주듯 빛바랜 신문이 성인 허리 높이까지 쌓여 있었다.
김 씨는 무려 45년간 전북일보를 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골수 애독자다.
그는 “너무 오랫동안 봐서 정확히 언제부터 봤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50년 전쯤에 양복점 문을 열고, 가게가 자리 잡을 때쯤부터 읽기 시작했으니 한 45년 정도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전북일보를 이토록 오랫동안 구독한 이유를 묻자 김 씨는 당연하다는 듯 답했다.
그는 “전북에서 가장 큰 신문사인데, 이유가 필요하지 않다. 14개 시·군 소식도 알 수 있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알 수 있는데, 안 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김 씨에게 신문은 단순한 읽을거리가 아닌 세상과의 소통 창구로 여겨진다.
그는 “신문을 봐야 어디 가서 사람들과 깊은 이야기도 할 수 있다”면서 “텔레비전 뉴스는 빠르게 지나가지만, 신문은 읽다가 일이 생기면 잠시 접어뒀다가도 언제든 다시 펼쳐 볼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고 했다.
김 씨가 창간 76주년은 맞은 전북일보에 바라는 점 또한 거창하지 않고 소박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저 지금처럼만 잘해 줬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는 “벌써 창간 76주년이 됐다니 참 시간이 빠른 듯하다”며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도 잘했듯, 앞으로도 변화하는 것 또한 받아들여서 잘 해낼 거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50년 역사를 지켜온 성일 양복점이 문 닫는 그날까지 계속 구독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김 씨는 “전북일보가 전북을 위해서 경제·사회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발전에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바라는 점이라고 하면 더 많은 도민의 목소리를 듣고, 더 많은 이야기를 전해 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