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흔들리며 피는 꽃, 전북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해직교사 출신으로 3선 국회의원과 문재인 정부 초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낸 도종환 시인이 1994년 쓴 ‘흔들리며 피는 꽃’이란 제목의 시다. 1980년대 전교조에 참여해 참교육을 외치다 해직당한 뒤 10년 가까이 해직교사로 지내며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낸 도종환 시인이 해직과 복직의 과정을 겪으며 쌓인 경험을 바탕으로 쓴 시다. ‘흔들림’(갈등, 불안, 시련)과 ‘젖음’(상처, 고통, 눈물)의 과정을 거쳐 성숙해지는 삶과 사랑을 묘사한 시로 잘 알려져 있다.

‘흔들리며 피는 꽃’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애송하는 시다. 정 대표는 지난 2013년 12월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재경 금산향우회 송년의 밤 행사 축사에서 이 시를 처음 낭송했다고 한다. 이후에도 그에게 정치적 격변기나 위로가 필요한 시점마다 자신의 심경을 대변하는 단골 ‘정치적 텍스트’로 활용해 왔다.

정 대표는 지난 25일 정읍에서 열린 제6차 현장 중앙선거대책위원회에서도 이 시를 낭송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새만금을 역대 정부에서 방치했다. 전북도민께서 느꼈을 상심이 얼마나 컸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서 새만금에 현대차 9조원을 투자하기로 했고 드디어 전북에도 실낱같은 희망이 빛으로 지금 비춰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많은 우여곡절과 어려움을 겪으면서 꽃을 피운 김대중 대통령, 수많은 공격과 비난 그리고 윤석열 계엄군의 총칼로 죽임을 당할 뻔했지만 꽃을 피워낸 이재명 대통령 처럼 전북도 흔들리면서도 젖으면서도 끝내 꽃을 피우지 않을까 한다”고 강조했다.

구구절절 옳은 말들이다. 여야 구분없이 선거때마다 새만금을 꺼내들며 표를 달라고 호소한 기억이 생생하다. 물론 과거의 민주당도 예외일 수 없다. 정치권에 전북은 ‘새만금’이란 단어 이외에는 잘 기억나는게 없는지도 모른다.

제9회 지방선거는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부터 역대 어느 선거보다 전북에 많은 갈등과 상처를 남겼다. ‘과정보다 결과만 중요하다’는 잘못된 정치행태가 많은 도민들에게 불신과 혐오를 심었다. 6월 3일은 전북 도민, 유권자들이 선택한 ‘흔들리며 피는 꽃’의 주인공이 결정된다. 경선과 본선거 과정에서의 흔들림과 젖음을 딛고 일어설 전북의 미래가 도민들의 손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