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에 묶일까, 전북으로 설까…기로에 선 전북 성장전략

이원택은 '호남·제주 메가시티', 김윤덕은 '전북 독자 성장축' 제시 대전·충남권·광주·전남권 사이 낀 전북…'3특' 생존전략 화두 자체 성장엔진 없이 초광역 연대도 불가…공공기관 이전·새만금 투자 관건

지난 10일 전북바이오융합산업진흥원에서 도지사직 인수위원회 출범과 관련해 이원택 전북특별자치도지사 당선인이 신형식 인수위원장과 함께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전북일보 자료사진

전북의 미래 성장 방향을 둘러싼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원택 전북특별자치도지사 당선인이 전북·광주·전남·제주를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는 '호남·제주 메가시티' 구상을 제시한 가운데,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전북은 전북"이라며 새만금 산업축과 전주 금융축을 중심으로 한 독자 성장론을 강조하고 나서면서다.

민선 9기 출범을 앞두고 전북이 광주·전남과의 초광역 협력에 무게를 둘 것인지, 특별자치도의 강점을 활용해 독자 성장축 구축에 집중할 것인지가 지역 정치권의 새로운 정책 화두로 떠오른 모양새이다.

이 당선인은 재생에너지와 광역교통망을 중심으로 한 서남권 경제권 형성을 구상하고 있다. 

반면 김 장관은 새만금 산업단지와 전주 금융도시, 현대차 투자, 2차 공공기관 이전 등을 토대로 전북만의 경제권을 구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두 구상은 방향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수도권 집중 속에서 전북의 생존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는 점에서 맞닿아 있다.

김윤덕(가운데) 건설교통부 장관 등이 지난 11일 전북대에서 열린 ‘인공지능(AI) 건설·로봇 혁신센터’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피지컬AI 실증센터를 찾아 인공지능 로봇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전북도 제공

문제는 전북의 현실이다. 인구 170만 명선에 머물고 있는 전북은 대전·충남권과 광주·전남권 사이에 위치해 있다. 완주·전주 통합은 사실상 실패했고 새만금권 중심의 독자 생활권 형성도 답보 상태이다. 

전문가들은 전북이 독자 경제권을 구축하기에는 규모가 작고, 반대로 주변 권역에 편입될 경우 존재감이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지방자치학회 관계자는 “5극은 규모의 경제를 만드는 전략이고, 3특은 지역 특성에 맞는 권한과 기능을 설계하는 전략”이라며 “전북처럼 자체 성장 거점이 약한 지역이 준비 없이 초광역권에 편입되면 권역 중심지에 산업과 인재가 더 집중되고, 전북은 기능 배분에서 밀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광주·전남과 협력할 분야는 협력하되 특별자치도에 맞는 독자 권한과 산업축을 분명히 설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산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5극3특 체제의 지역산업전략에 대한 제언' 보고서도 비슷한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보고서는 기존 지역산업 정책이 특구 조성이나 기업 유치 중심으로 추진되면서 수도권 집중과 지역 산업 쇠퇴를 막는 데 한계를 드러냈다고 진단했다.

특히 균형발전은 행정구역 통합이나 협력 체계 구축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앵커기업 투자와 연구개발, 대학·연구기관, 인재 양성, 교통망, 정주여건이 결합된 성장엔진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는 전북이 호남·제주 메가시티에 참여하더라도 새만금과 금융도시 같은 자체 성장 동력이 필요하고, 반대로 독자 노선을 걷더라도 주변 권역과 연결될 산업·교통 전략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 한 중진의원은 “전북은 수도권과 지방이 함께 잘 살자는 이재명 정부의 5극3특 구상에서도 아직 뚜렷한 수혜 구조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투자 가능성을 앞세워 반도체 밸리를 노리는 광주·전남과 비교하면 전북은 자칫 국가 산업 재편 과정에서 패싱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핵심은 규모와 실행력의 문제”라며 “전북은 이번 2차 공공기관 이전에 사실상 모든 역량을 걸어야 한다. 동시에 현대차와 엔비디아의 새만금 투자를 현실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RE100 산단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송전선로 등 전력 인프라 문제부터 신속히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