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은 지금 중요한 전환점에 서 있다. 인구 감소와 지방소멸 위기, 농촌 고령화와 산업 현장의 인력 부족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역 곳곳에서 일손 부족이 일상이 되었고, 학교에서는 학생 수 감소로 인한 통폐합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이주민은 더 이상 지역의 손님이 아니다. 함께 살아가는 이웃이자 지역사회의 구성원이다.
그동안 우리는 이주민과 관련한 다양한 과제를 마주해 왔다. 한국어가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이 교실에서 어려움을 겪고, 학교 밖으로 밀려난 이주청소년들이 지역사회와의 연결고리를 잃어가고 있다. 한국어교육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지만, 정작 교육 현장을 지키는 강사들은 불안정한 처우 속에 놓여 있다. 산업 현장에서는 이주근로자들이 산재보험과 고용보험 등 기본적인 사회안전망에 제대로 접근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임금체불과 폭행, 주거 불안 등 위기 상황에 놓인 이주민을 보호할 수 있는 쉼터와 긴급 지원 체계 역시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를 단순히 지원 정책의 부족이나 제도적 미비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이것은 결국 인권의 문제다. 교육받을 권리, 안전하게 일할 권리, 건강하게 살아갈 권리, 차별받지 않을 권리는 국적이나 체류 자격에 따라 달라져서는 안 되는 보편적 권리다.
이주민은 도움을 받아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동등한 권리의 주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언어와 정보의 장벽, 제도에 대한 이해 부족,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기본적인 권리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교실에서 언어를 이해하지 못해 소외되는 학생, 산재를 당하고도 보상을 포기하는 노동자, 학교 밖에서 고립되는 청소년의 모습은 우리 사회 인권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지금까지의 정책은 개별 사업과 단기 지원 중심으로 추진되어 왔다. 교육은 교육대로, 노동은 노동대로, 복지는 복지대로 분절되어 운영되면서 현장에서는 지원의 공백이 반복되고 있다. 그러나 사람의 삶은 영역별로 나뉘어 존재하지 않는다. 언어와 교육, 노동과 복지, 주거와 의료는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제는 시혜적 관점을 넘어 권리 기반의 접근으로 전환해야 한다.
교육청과 지자체, 고용노동부, 지역 기관과 민간단체가 함께 참여하는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주배경학생을 위한 한국어교육부터 학교 밖 청소년 지원, 이주근로자의 노동권 보호와 사회보험 안내, 다국어 행정서비스 확대, 위기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쉼터 운영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지원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정책 수립 과정에 이주민 당사자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해야 한다. 당사자가 빠진 정책은 현장의 문제를 온전히 담아낼 수 없다.
인권은 특정한 사람만을 위한 특별한 권리가 아니다. 누구나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보장하는 사회의 최소한의 약속이다. 이주민의 권리를 보장하는 일은 특정 집단을 위한 배려가 아니라 우리 공동체의 인권 수준을 높이는 일이다.
전북의 미래는 얼마나 많은 사람을 받아들이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모든 사람의 존엄과 권리를 지켜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공존은 선택이 아니라 인권의 문제이며, 지속 가능한 지역사회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