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공지능(AI) 열풍이 전 세계 경제에 거대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스마트폰과 컴퓨터의 두뇌 역할을 하는 AI 반도체 수요가 폭발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표 기업들의 주가가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지금까지 AI 기술은 주로 개인의 검색과 코딩 보조, 기업의 업무 효율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 기술이 우리 일상생활에 완전히 스며들게 되면 시장의 판도는 또다시 바뀔 전망이다. 결국 ‘우리의 생활을 누가 더 편하게 만들어 주느냐’, 즉 ‘인간의 일상 소비 생태계를 누가 장악하느냐’에 따라 AI 전쟁의 최후 승자가 가려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챗GPT를 만든 오픈AI를 선두 주자로 꼽지만, 소비가 일어나는 일상 카테고리를 분석해 보면 최종 승자는 거대 플랫폼을 보유한 구글(Google)이 될 확률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글이 향후 일상생활용 AI 시장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는 매일 이용하는 핵심 영역에서 이미 독점적인 데이터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외부에서 식당이나 카페를 찾을 때, 전 세계 대부분의 소비자는 구글 맵(지도)을 활용한다. 전 세계 매장의 영업시간, 메뉴, 고객 트래픽, 수억 개의 실시간 리뷰를 쥐고 있는 구글은 단순한 맛집 추천을 넘어 상황에 맞는 식당 검색, 예약, 사전 주문까지 연결하는 외식 AI 분야의 최강자가 될 조건을 갖추고 있다.
또한 구글의 자회사 웨이모(Waymo)는 이미 미국 11개 도시에서 3,000대 이상의 무인 로보택시를 운영하며 방대한 데이터를 축적 중이다. 아마존이 자율주행 스타트업 죽스(Zoox)를 인수해 샌프란시스코 등지에서 추격에 나섰지만, 웨이모가 수년간 실제 도로에서 확보한 누적 데이터의 장벽을 단기간에 넘어서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전 세계 일반인이 지식 습득과 자기계발을 위해 가장 많이 찾는 지식의 허브는 다름 아닌 유튜브다. 차량 관리, 건강, 요리부터 인문학에 이르는 방대한 영상 콘텐츠를 AI가 분석하고 요약해 개인 맞춤형 교육 서비스로 제공하기 시작한다면, 구글의 교육적 영향력을 넘어설 적수는 찾기 어렵다.
아울러 구글은 스마트워치(핏빗, 픽셀 워치)를 통해 수면 패턴이나 심박수를 측정하는 것을 넘어, 생체 데이터를 24시간 분석해 심방세동 등 질병 징후를 경고하는 예방 의학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딥마인드의 AI ‘알파폴드(AlphaFold)’는 단백질 구조 예측으로 신약 개발의 패러다임을 바꿨고, 의료 특화 인공지능 ‘메드-팜(Med-PaLM)’은 전문의 수준의 진단 보조를 수행한다. 일상의 건강 데이터와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 AI가 결합하면 내 손목 위 기기가 ‘맞춤형 AI 주치의’로 거듭나게 된다.
이처럼 구글이 타 경쟁사를 압도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개인 일상 데이터와 AI의 결합’이다. 구글의 AI 비서 제미나이(Gemini)는 이미 지메일과 캘린더를 분석해 그날의 할 일을 음성으로 요약해 주는 ‘데일리 브리핑’이나 이메일 답장 작성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기술이 진화하면 AI가 공과금 청구서를 먼저 확인하고 “결제해 줘”라는 음성 명령만으로 복잡한 절차 없이 송금을 끝내거나, 출근 시간에 맞춰 무인 택시를 호출하는 일도 가능해진다.
여기에 구글이 개발 중인 스마트 글래스가 더해지면 시너지는 극대화된다. 안경을 쓴 채 길을 걷다 마음에 드는 옷을 보고 “저 옷 결제해 줘”라고 말하면 즉시 구매가 이뤄지고, 해외여행 중 식당 간판을 쳐다보기만 해도 번역된 메뉴판과 평점이 홀로그램처럼 떠오르는 세상이 눈앞에 다가왔다.
타 AI 기업들이 범용 지식이나 기업용 소프트웨어에서 뛰어난 성과를 낸다 한들, 개인의 사적인 이메일, 일정표, 지도, 동영상 플랫폼, 결제 수단까지 모두 손에 쥐고 실생활 비서 역할을 완벽히 해낼 수 있는 기업은 현재로는 전 세계에서 구글이 유일무이하다. 기술이 실생활과 소비 행태에 밀접하게 접목되는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된다면, 인간의 일상적 행동을 가장 촘촘하게 연결해 온 구글이 AI 시대의 최종 승자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파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