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특별자치도가 ‘피지컬 AI 특별수도’를 선언한 배경에는 단순한 산업 유치 이상의 전략적 판단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다.
인공지능(AI) 산업의 무게중심이 생성형 AI에서 실제 산업현장을 움직이는 피지컬 AI로 이동하는 시점에서, 산업 발전이 더뎠던 전북이 선점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18일 산업계 등에 따르면 피지컬 AI는 로봇과 자율주행차, 농기계, 공장 설비 등이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기술이다.
챗GPT가 글을 쓰고 답변하는 수준이라면 피지컬 AI는 현실 세계에서 직접 움직이며 작업을 수행한다. AI가 ‘두뇌’라면 피지컬 AI는 두뇌에 손발을 달아주는 기술인 셈이다.
전북이 주목받는 이유는 이러한 기술을 실제로 시험하고 검증할 수 있는 산업 기반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새만금의 재생에너지와 산업용지, 군산의 모빌리티 산업, 김제의 농기계 산업, 익산의 식품산업, 전주·완주의 연구개발 인프라가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특히 전북대와 KAIST가 추진 중인 피지컬 AI 실증공장은 전북 전략의 핵심으로 평가된다.
AI가 실제 공장 환경에서 학습하고 검증되는 공간을 구축해 연구개발부터 실증, 사업화까지 한곳에서 이뤄지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전문가들은 AI 산업 분야에서 전북의 경쟁력으로 ‘실증’을 꼽는다.
피지컬 AI 경쟁력은 크게 두 축에서 갈린다. 하나는 AI가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학습할 수 있는 실제와 유사한 실증 환경이고, 다른 하나는 그 학습을 가능하게 하는 고품질 산업 데이터다. 반도체와 데이터센터가 AI의 연산 기반이라면, 실증공장과 제조 데이터는 AI가 현실 세계를 이해하는 훈련장에 가깝다.
이 점에서 전북의 강점은 단순한 부지 제공에 그치지 않는다. 새만금은 대규모 실증공간과 재생에너지 기반을 갖추고 있고, 전주·완주는 연구개발과 시험 기반, 군산은 상용 모빌리티, 김제는 농기계와 농건설기계, 익산은 식품산업과 푸드테크 기반을 갖고 있다.
로봇과 자율주행 장비, 스마트공장, 농업 자동화 기술을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해 볼 수 있는 분야가 비교적 넓게 분포해 있는 것이다.
특히 제조 현장의 숙련 기술과 작업 노하우를 데이터로 축적하는 일은 피지컬 AI 산업의 핵심 과제로 꼽힌다. 피지컬 AI는 책상 위 알고리즘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숙련공의 판단, 공정별 미세한 차이, 장비 간 움직임, 현장 변수까지 데이터화돼야 로봇과 기계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다. 전북이 제조·농생명·모빌리티 현장을 실증 플랫폼으로 묶어낼 경우, AI가 학습할 수 있는 ‘현장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유리한 구조가 만들어지게 된다.
결국 전북이 노리는 것은 단순한 공장 유치가 아니다. AI가 학습할 현장과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통해 로봇과 모빌리티, 스마트공장을 검증하는 실증 거점이 되는 것이다.
AI 산업의 첫 경쟁이 반도체와 데이터센터였다면 다음 경쟁은 실제 산업을 움직이는 피지컬 AI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전북이 ‘특별수도’를 내세우며 총력전에 나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금이 아니면 다시 오기 어려운 산업 대전환의 기회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