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지방의회 물갈이의 착시

조금도 기대되지 않는다. 달라질 것 같지 않다. 이번에도 ‘선수 교체’는 있었다. 생각보다 많았다. 6·3 지방선거를 통해 전북도의회와 시·군의회에 적지 않은 새 얼굴이 들어왔다. 전북도의회는 전체 44명 중 절반을 넘는 25명이 초선이다. 기초의회도 물갈이 폭이 컸다. 전주시의회는 36명 가운데 17명, 군산시의회는 24명 중 딱 절반인 12명, 익산시의회는 25명 중 9명, 김제시의회는 14명 중 6명이 새 얼굴이다. 다른 시·군의회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렇게 새 얼굴이 대거 입성하면서 ‘무용론(無用論)’까지 나온 지방의회에 ‘새 바람’이 불 것이라는 기대의 목소리가 다시 나오고 있다.

정말 달라질까? 더 단단해진 지방권력의 일당 독점 체제에서 지방의회 본연의 임무인 견제와 감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까? 의원 개인의 자질과 도덕성을 의심케 하는 각종 비리와 일탈 행위는 과연 줄어들까? ‘제 식구 감싸기’와 ‘감투 나누기’ 관행을 끊어내고, ‘외유성 해외연수’ 논란에도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까?

이런 질문에 선뜻 ‘그렇다’고 답하기 어렵다. 안타깝지만 현실이다. 물갈이는 했지만, 결국은 ‘그 물이 그 물’이다. 전북도의회의 경우 초선 25명 가운데 시·군의회 의장 출신만 9명에 이를 정도로 이미 지방의회에서 잔뼈가 굵은 정치인이 대다수다. 새 얼굴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다. 기초의회도 그렇다. 초선의원 상당수는 오랫동안 민주당 지역조직과 지방정치권에서 활동해온 인물들이다. 의회에 처음 입성했을 뿐, 지방정치의 문법에는 이미 익숙한 사람들이다. 공천권자의 영향력을 의식하며 주민과의 소통보다 당의 결정을 앞세워 온 이들이 대다수다.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다.

게다가 인물 검증도 부실했다. 지역 유권자들이 후보 검증 역할을 사실상 민주당에 맡기고 당의 결정에 따랐기 때문이다. 심지어 전북도의원 44명 중 25명은 ‘유권자의 선택’이라는 필수 절차조차 거치지 않고 무투표 당선됐다. 선거가 끝났는데도 우리 지역을 대표하게 될 도의원, 시·군의원이 누구인지조차 모르는 유권자들이 적지 않다.

민선 9기 지방의회 출범을 앞두고 있다. 이번에도 전북은 민주당 일색이다. 쏠림은 더 심해졌다. 물갈이는 있었지만 토양은 그대로다. 얼굴이 몇 명 바뀌었다고 지방정치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견제와 감시 역할을 외면한 채 정당의 거수기로 머문다면, 초선이든 다선이든 아무런 의미가 없다. 지방의회의 존재 이유는 집행부와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데 있지 않다. 도민의 눈높이에서 권력을 감시하고 정책을 견제하는 데 있다. 의원 개인의 도덕성과 청렴 의무는 기본이다. 새로운 출발을 앞둔 지금, 기대보다 우려가 앞선다. 정당이 설계하고 유권자들이 묵인해온 ‘변화 없는 물갈이’는 도대체 언제쯤 끝날까.

/ 김종표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