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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 '의식주, 살아있는 조선의 풍경'

대중적 시각의 조선 생활사...한국고문서학회 지음·역사비평사

의식주가 일상적이고 반복적이라는 이유만으로 역사의 영역에서 소외되던 때가 있었다.

 

페르낭 브로델(1902∼1985)은 자신의 저서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서문에서 식량과 의복, 주거 등을 가리켜 ‘전통적인 역사 서술에서 주변적으로 발전해 온 준(準) 역사적 논구들’이라고 지적하며, 일상생활을 역사의 영역에 도입하기 위해 의식주 활동에 대한 연구의 중요성과 흥미를 강조했다.

 

그의 의지처럼, 일상과 분리된 제도와 사상, 집단에 대한 연구가 오히려 공허한 것은 아닐까.

 

인간 생활의 세가지 기본 요소인 의식주. 의식주는 생활 그 자체이지만, 습관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한 끼의 식사나 한 벌의 옷에도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 깃들어 있는 것’이다.

 

이를 어느 시대에 어떤 의도로 구현했는가에 따라 삶의 모습과 문화는 다양한 얼굴을 드러낸다. 의식주라는 테마를 통해 특정 시대를 재현해 보면 그 시대의 삶과 문화를 넘어 정치·경제·사회 등 다양한 이면의 모습도 들춰낼 수 있다.

 

한국고문서학회가 펴낸 「의식주, 살아있는 조선의 풍경」(역사비평사)은 조선시대 사람들의 생활상을 의식주를 중심으로 조명한 것이다.

 

고문서라는 생생한 사료로 펴낸 신분별 생활상(1권)과 고문서, 족보, 양반들이 쓴 일기 자료 등을 토대로 한 가정생활(2권) 등 「조선시대 생활사」 시리즈를 기획해 온 한국고문서학회와 역사비평사가 조선시대의 삶을 가장 생생하게 재현하기 위해 의식주를 테마로 정한 것이다.

 

철저한 신분제 사회였던 조선시대에 의식주는 곧 신분이었다. 하지만 그 속에서 의식주는 나름대로 시대의 유행과 개성을 담아냈으며, 신분과 맞지 않거나 지나치게 사치스러울 때 조선 사회는 이를 ‘법’과 ‘예의’ ‘관습’ 등의 이름으로 감시하고 제어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의식주를 통해 나타난 조선시대 사람들의 생활은 어떤 모습일까?

 

「의식주, 살아있는 조선의 풍경」은 고문서와 그림으로 조선시대의 삶과 예술을 재현했다. 그동안 의식주 역사가 복식사·음식사·건축사 등 전문분야로 나눠 접근해 온 것과는 달리, 좀더 대중적인 시각에서 의식주의 역사를 한 데 아우르며 조선시대 생활사를 정리했다는 의미도 있다. 한국고문서학회는 “고문서에는 거대한 정치 담론이나 제도, 이념보다는 삶의 실체가 담겨 있다. 특히 고문서에 투영된 조선시대 하층민의 삶은 때론 가슴 아픈 소설을 보는 것처럼 전율을 느끼게 한다. 고문서를 통한 생활사 연구가 사실적이고 인간적일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제1부 ‘신분의 상징, 복식문화’에는 ‘18세기 남성 복식 스케치’와 ‘의복과 머리 모양으로 표출한 여성의 멋’ ‘법과 제도로 보는 복식 문화’ 등이 실렸다.

 

‘월야선유도’는 상민들의 복식을 한 눈에 보여주는 그림. 풍속화를 통해서는 신분을 들여다봤다. 어물장수도 유행을 따르던 시대, 기생은 사치와 유행의 선두주자였다. 금지되었지만 즐겨 사용됐던 흰색과 황제만을 위한 색이었던 황색, 왕실의 색인 홍색, 관인은 청색, 서인은 흰색 등 색깔에도 위계가 있었다는 점이 흥미롭다.

 

제2부 ‘맛과 멋의 조화, 음식문화’는 ‘주식, 식생활의 근원’ ‘부식, 다양한 먹거리의 풍요로움’ ‘기호식품, 인간의 본능적 욕구’ ‘구황식품, 굶주림을 해결하라’로 정리됐다. 질보다 양을 중시하던 식습관과 생활의 일부가 된 담배, 여러가지 구황작물과 구황법도 소개됐다.

 

제3부 ‘참삶의 공간, 주택문화’는 ‘조선시대의 삶이 담긴 전통주택’과 ‘조선시대 사람들의 주거생활’ ‘온돌과 주거생활의 변화’로 나눠 실렸다. 전통주택 공간 구성의 지혜로움과 분수와 예의를 갖춘 집, 온돌의 다양한 활용과 부작용 등도 알 수 있다.

 

책을 기획한 한국고문서학회는 고문서의 체계적인 연구와 수집·보존을 위해 1991년 4월 창립된 단체다. 고문서에 관심을 가진 다양한 구성원들이 모여 열린 학술공간으로서 역할을 수행해 왔으며, 사회사·경제사·법제사·국어사 등 고문서를 활용한 다양한 연구 분야의 전공자들이 모여 자연스럽게 학제간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의식주, 살아있는 조선의 풍경」은 김경숙(서울대 규장각 선임연구원) 김소은(한국학중앙연구원 책임연구원) 문숙자(국사편찬위원회 고서전문원) 양진석(서울대 규장각 학예연구사) 이성임(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연구교수) 이영훈(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임학성(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연구교수) 장필기(국사편찬위원회 편사연구관) 정긍식씨(서울대 법학부 부교수)가 참여했다.

 

도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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