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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 차라투스트라는...- 김정현

삶은 삶을 극복하는 과정

나의 삶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우리는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만 하는 것일까? 삶의 목적이 경제적 부나 사회적 지위 혹은 명예를 얻는데 있는 것일까?

 

서양 현대사상의 발원지 역할을 했던 독일의 철학자 니체(Friedrich Nietzsche)는 자신의 주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인간의 삶의 의미에 대해 깊이 있는 성찰의 물음을 던진다.

 

눈에 보이는 것, 물질적인 것만을 추구하는 시대에 이 책은 삶의 의미나 가치와 같이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근본적으로 묻는다.

 

현대에는 공적인 언어보다는 사리사욕의 이해관계를 통해 자신의 욕구만을 계속해서 채워나가는데 눈치가 빠른 인간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미국의 정치사상가 후쿠야마의 진단처럼, 니체의 이 책은 오늘날 물질과 폭력 속에서 점차 왜소해지고 자신의 존재에 대한 자존감마저 망각하며 살고있는 '최후의 인간'으로서 우리 내면의 모습을 비쳐주는 거울역할을 하고 있다.

 

최후의 인간처럼 인간 스스로가 점차 작아지는 시대에 니체는 우리에게 "사람은 극복되어야 할 무엇"이라고 말한다. 인간의 삶의 의미는 경제적인 풍요나 사회적 지위와 같은 외형적 가치나 표피적인 인격(페르조나)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스스로 짊어지고 극복해가는 삶의 과정 자체에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삶의 고통과 어려움, 모순과 부조리 속에서도 어떻게 우리가 스스로의 삶을 사랑하고 자신의 주인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즉 자신의 몸에 기어다니는 진균같은 속좁은 생각을 버리고 선과 악, 거짓과 진실, 의미와 무의미, 즐거움과 슬픔, 고통과 생명 등 삶과 연관된 수많은 영혼의 소리를 있는 그대로 들으면서도 삶의 허무에 매몰되지 않고 자신의 존재를 긍정하는 '커다란 건강'이 어떻게 가능한가를 알려준다.

 

이 책은 니체의 사상을 상징, 비유로 표현한 문학서이자 동시에 삶의 온몸에 새겨진 실존적 의미를 성찰케 하는 철학서이다. 문학적 형식을 빌어 쓴 이러한 '이야기로 읽는 서양사상사' 속에서 프로이트나 융은 심층심리학의 전제들을 발견했고, 이사도라 던컨은 자유로운 신체의 표현이라는 현대무용의 길을 열었으며, 문학자 토마스 만은 자유로운 예술정신을 읽어냈다. 죽음, 우울, 불안에 빠져있던 <절규> 의 화가 뭉크 역시 이 책을 만나며 빛과 생명, 에너지와 강함을 얻었고, 이 책과 연관해 다다이즘, 미래주의, 다리파, 표현주의, 초현실주의, 플럭서스 운동 등 무수한 현대예술의 조류가 태어났다.

 

현대예술과 정신분석은 이 책의 정신적 샘에서 철학적 상상력으로 길어 올려진 현대적 사유의 결정체이다.

 

문학, 미술, 음악, 무용 등 현대의 예술세계에 대해 관심있는 사람이나 삶의 고통과 의미를 자신의 실존적 체험을 통해 묻고 자각적 몸을 얻고자 하는 사람에게 꼭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

 

이 책은 춤추는 별을 탄생시키기 위해 자신속에 혼돈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가장 중요한 현대정신의 저수지라고 할 수 있다.

 

/김정현(원광대 철학과 교수·본보 서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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