옳고그름에 대한 판단기준까지
국민이 주인이고 모든 정당성의 원천인 국민주권주의가 지배하는 오늘날의 입헌민주국가에서는 어느 나라나 헌법을 가지고 있다. 물론, 대한민국에도 헌법이 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장 제1조. 그러나 헌법 제1장 제1조를 명확히 알고있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다.
‘전국민 헌법읽기’ 운동을 벌이고 있는 정종섭 서울대 법과대학 교수. 그가 사진작가 김중만씨의 꽃사진과 함께 「대한민국헌법」(금붕어)을 펴냈다. 살아가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이념과 방향, 가치지향, 질서에 대해 헌법이라는 이름으로 국민이 합의를 했지만, 헌법에 무관심하게 살아가고 있는 국민들과 헌법의 거리감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대통령, 국회의원, 공무원들도 우리 헌법을 제대로 읽어보지 않고 일을 합니다. 이제는 국민들이 법치주의와 신뢰사회의 구축을 위해 나설 때라고 봅니다. 직장 임직원, 학생, 친지 등 모든 분들께 헌법읽기운동에 동참하도록 권유해 주시면 더욱 감사하겠습니다.”
현행 헌법은 1987년 국민의 민주화에 대한 열망과 노력으로 국민투표로 이뤄진 국민적 합의다. 정교수는 “일본에서도 1980년대 ‘전국민 헌법읽기’ 붐이 있었다”며 “우리 헌법은 미국이나 독일, 프랑스, 일본 헌법보다도 더 잘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누구나 한번만 헌법을 읽어보면 우리나라가 추구하고 지향하는 것이 얼마나 훌륭한지, 또 내가 한국인이라는 게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자부심과 자신감을 갖게될 것입니다. 그리고 옳고 그른 것에 대한 명확한 판단기준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정교수는 “국민이 헌법을 한번이라도 읽게 된다면 대한민국의 최소한의 합의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문의 한자를 한글로 바꾸고 헌법을 영문으로 구성해 조항별로 배치하는 등 책은 헌법을 소화하는 가장 쉬운 방법들로 엮어졌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김씨의 꽃사진. 「대한민국헌법」은 정교수와 김씨가 함께 만든 두번째 헌법읽기 책이다. 2002년에 만든 첫번째 책 「대한민국 헌법을 읽자!」가 헌법 조항이 담고있는 내용을 열린 상상력을 가지고 해석할 수 있게 디자인한 것이라면, 이번 책은 꽃과 헌법이 만나 또하나의 그림을 만들어 내고 있다.
정교수와 김씨는 “꽃과 헌법규정은 하나씩 떼어놓고 보면 자기완결적이면서 동시에 외부세계로 열려 있다”며 “그러면서 열림이 자기 해체로 가지 않고 자기 존재의 고집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꽃과 헌법규정이 가진 열림과 자기고집, 서로간의 소통과 긴장이 함께 있는 모습을 이번 작업을 통해 전하고 싶다고 했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제24회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법학박사학위를 받은 정교수는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과 건국대 법대 교수를 거쳤으며, 대통령자문 교육개혁위원회 특별위원, 대통령자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대통령자문 새교육공동위원회 전문위원 및 연구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많은 국가개혁안을 제시해 왔다.
개헌 논의가 나오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나라 헌법이 궁금하다면, 「대한민국헌법」을 펴라. 딱딱한 헌법도 이렇게 향긋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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