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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 간찰

손으로쓴 편지 情 넘쳐나

일본에 있는 오빠가 여동생에게 보낸 편지(전주역사박물관 소장) (desk@jjan.kr)

대부분 고문서가 관(官)과 연관된 공식적인 문서라면, 간찰류는 지극히 개인적인 내용으로 이루어진 사적(私的) 문서라는 특징이 있다. 간찰류는 부모나 친구간에 안부를 묻는 안부편지가 많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간에 주고 받은 연애편지 같은 것들도 있다. 변학도에게 처형되기 전날밤에 춘향이가 이몽룡에게 쓴 편지도 있다. 간재 전우와 그 제자들이 주고 받은 간찰은, 스승과 제자간에 의문나는 사항을 묻고 답하는 수준 높은 편지도 있다. 또 학문적 토론을 위해 고봉 기대승과 퇴계 이황사이에 오고간 편지글은 유명하다. 이처럼 다양한 형태의 간찰에는, 간찰의 주인공이 살던 당시 사회상이 잘 반영되어 있다.

 

사진에 보이는 간찰은 일본에 가 있는 오빠가 조선에 있는 여동생에게 보낸 한글편지이다. 오빠와 여동생사이인데도 헝(형)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또 답서, 슈셔, 동구간 이란 단어들은 지금은 잘 쓰지 않는 표현들이다. 이처럼 간찰은 우리가 잊고 지내던 우리의 옛 삶을 생생하게 살려주는 역할을 한다.

 

"편지하여 보내고 답서 바다보기 바라고 기달이던 차의 하로난 동생의 슈셔가 문전의 떠러저 있어 엇지않이 반가울가그려---너의 헝은 엇지그리 전생의 무삼죄가 많이 있셔셔 부모처자동구간 다 버려두고 수천리 있어 이 고생을 하는가---이 곳 헝은 밋지 말고 아무리 여 의 몸이 되야실정 너나 아모조록 부모의게 자조 편지라도하고 부모님 안심을 식커계 ?여라”

 

오빠가 무슨 일로 일본에 가 있는지는 잘 드러나 있지 않다. 편지내용을 보면, 형제가 오빠와 여동생, 그리고 여동생 남편만이 있는 것 같다.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는 것이 못내 안타까운 오빠는 고국의 소식이 몹시 궁금하다. 여동생에게 편지를 보내고서 동생의 슈셔(답장)이 오기까지 얼마나 기다렸을까? 그러던 차에 동생의 편지가 문앞에 떨어져 있으니 얼마나 반가웠을까? 고국에 돌아가지 못해 가까이서 부모님을 모시지 못하는 미안함을 늘 지니고 있다. 때문에 오빠는 여동생에게 자조 편지하라고 부탁하였다. 이 편지는 여동생의 남편(제부)에게도 자주 편지하라는 말로 마무리를 지었다.

 

"너의 남편은 엇지 답셔을 안이 ?여난지 모르겻다 ?(내)가 조션의 잇셔셔 답셔 안이?면 관계가 없지만은 ---수천리 잇난 사람의계 답셔가 없스니 내 생각에 무신 연고가 잇셔서 그리되이난지 갑갑하다 할말은 만이 잇스나 그만 근친다”

 

언제 손으로 편지를 쓰나 생각해 보니, 연말에 크리스마스 카드나 신년 연하장을 가끔 쓰기는 한다. 아날로그적인 편지는 컴퓨터가 발명되자 이메일로 바뀌었다. 그러면서 손 끝에 묻어나던 생생한 감정은 자판처럼 딱딱하고 건조해졌다. 편지내용은 마네킹처럼 예뻐 보이지만, 감정은 사라지고 정보만 존재한다. 요즘은 대부분 연락할 일이 있으면,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들고 문자메시지를 보낸다. 참 편리하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참 정 없는 세상이다.

 

/정훈(전북대 국어국문학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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