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귀 귀’ 등 3부작 / 세르주 페레즈 글 / 산하주간 / 6000원
“레이몽 귀는 당나귀 귀” 주인공 레이몽은 선생님이 하도 귀를 잡아당기는 바람에 귀에 모가 나 ‘당나귀 귀’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하지만 같은 반 아이들에게 하루 종일 시달리고 집에 돌아오면 엄마의 트집, 아빠의 발길질, 채찍질 등 폭력에 괴롭힘을 당하는 신세. 정신치료가 필요하다며 등 떠밀려 가게 된 요양센터에서 생애 처음으로 행복감을 느끼게 되는 아이러니가 나타난다. 든든한 버팀목이 돼야 할 가정과 학교가 편협함과 위선으로 뭉친 어른들로 인해 가장 예리하게 상처를 입히는 공간이 되고 있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준 책이다.
라이카는 말했다 / 이민희 글 / 느림보 / 9000원
처음으로 우주여행을 떠난 지구생물은 ? ‘라이카’라는 강아지다. 이로써 무중력상태에서도 지구 생물이 생존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 그런데 대체 ‘라이카’는 어떻게 됐을까. 인공위성을 대기권으로 진입시키는 데만 신경 써 회수기술까지는 개발하지 못했던 ‘라이카’는 우주 떠돌이 신세가 됐다. 인간에 의해 이용만 당하고 버려진 라이카가 얼마나 힘들어했을지. 작가는 그냥 그렇게 잊혀지는 라이카의 존재를 작가적 상상력을 동원해 반전을 시켰다. 현대 문명에 대한 풍자로 약한 자에 대한 희망과 기적의 바람을 담고 있는 셈. 이 책은 2006 한국안데르센상 출판미술부문 대상 수상작이기도 하다.
빨간 물고기를 따라간 날 / 장원저 글 / 산하주간 / 8500원
주인공 반짝이가 자꾸 화를 내게 되는 것은 자기가 세상에서 가장 운이 나쁜 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친구들로부터 왕따를 당하는데다 선생님도 자신을 꾸짖기만 하고, 아빠마저 강아지를 잃어버린다. 그래서 홀로 먼 길을 떠나는 반짝이. 산 속에 혼자 살고 있을 외할머니니 만큼은 자신을 잘 받아줄 것 같아서다. 우연히 만난 빨간 물고기를 쫓아 시냇물을 거슬러 올라가자 마음 따뜻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아름답고 평화로운 마을을 만나게 되는데... 견디기 힘든 현실에 처한 소녀가 낯선 세계에 가서 위안을 받고 돌아오는 풍경이 맞물린 동화다.
흙으로 만든 귀 / 이규희 글 / 바위솔 / 7000원
임진왜란 당시 왜구들이 전공을 인정받기 위해 조선인의 주검에서 귀를 잘라 본국으로 가져간 역사적 사실을 저학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노력한 책이다. 초등학교 3학년 주인공 수영이는 “귀를 찾아 달라”는 귀울음(이명)을 듣는다. 아빠와 함께 일본을 가서 자기 또래 여자아이 시내를 만나게 되고 또 다른 전쟁의 희생자 이야기를 듣게 된다. 시내의 할아버지 역시 태평양 전쟁 당시 강제로 일본으로 끌려온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눈여겨 대목은 시미즈 영감의 등장이다. 비록 “종군 위안부는 그들의 부모가 생계를 위해 팔아버린 딸”이라는 망언이 계속되더라도 말이다.
까마귀 소년 / 야시마 타로 글 / 비룡소 / 8000원
한 아이가 있다. 그 아이는 혼자였고 아이들은 그를 ‘땅꼬마’라고 부르며 따돌린다. 새로 부임한 선생님은 땅꼬마에게 관심을 기울이면서 학예회에서 발표할 수 있는 자리를 주는데, 여섯 해 동안 학교로 오가는 길에 들었던 까마귀 소리를 들려준다.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을 때마다 까마귀들이 내는 울음소리에 집중하고 흉내내기 시작했던 것. 이 책은 대인기피증이 있거나 꼴찌를 면치 못하는 아이들이 보기 좋다. 파랑, 빨강, 노랑, 먹색 등 4원색을 겹쳐 색을 낸 점이나 크레용과 붓의 투박한 터치로 질감을 낸 점은 미학적으로도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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