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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 분단조국 민족사랑, 그 타는 목마름

'백석전집' - 김재용 엮음·실천문학사

우리 시인 중에 가장 좋아하는 사람을 딱 하나만 꼽으라면 나는 서슴없이 백석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지금부터 이십 년 전만 하더라도 백석이라는 시인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소수의 국문학 전공자들을 제외하고는 그리 많지 않았다. 설혹 알고 있더라도 그의 시를 자유롭게 공개적으로 읽고 평가할 수 없었다. 일찍부터 마음속으로 백석의 시를 흠모해 온 사람들이 문단에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남북이 분단된 이후 백석은 함부로 거론할 수 없는 ‘불온한’ 시인 중의 한 사람이었다. 1987년 월북, 납북, 그리고 재북 작가들에 대한 정부의 공식적인 해금 조치가 발표되기 이전까지 백석은 남한과 북한 어느 문학사에도 끼지 못한 채 우리 문학사에서 매몰되어 있었다.

 

사정이 그러하니 고등학교의 문학 수업시간에 그의 시를 가르치고 배우는 일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소월과 만해와 청록파, 그리고 이른바 저항 시인들의 시를 읽으면서도 우리는 백석의 시 한 편을 제대로 내놓고 읽지 못했다. 우리는 1930년대의 빼어난 시인 백석을 빼놓은 채 불구의 문학사를 공부해 왔던 것이다.

 

뒤늦게나마 문학 교과서에 백석의 시가 여러 편 당당하게 자리 잡게 된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백석의 시가 교과서에 수록될 수 있었던 것은 물론 작품의 뛰어난 문학성 때문이겠지만, 그의 문학성을 복원하려고 애쓴 연구자들의 각별한 노력이 있었음을 간과할 수 없다. 정부의 해금 조치 직전에 발간된 「백석시전집」(이동순 엮음, 창작과비평사)을 비롯하여 여러 학자와 평론가들의 저작 및 비평 활동이 백석의 시를 햇볕 속으로 이끌어 내는 데 크게 기여를 했다.

 

「백석전집」(김재용 엮음, 실천문학사)은 기왕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백석 문학의 전모를 밝히고 있다는 점에서 그 자료적 가치와 함께 우리 문학을 사랑하는 이들의 필독서로 손꼽을 만하다. 이제까지 10여 권 출판된 백석과 관련 서적들은 우리의 목마름을 적셔 주기는 했지만 그 규모나 내용에 있어서 미흡하고 아쉬운 점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이 전집은 첫 시집 「사슴」에 수록된 백석의 초기시에서부터 수필과 소설, 그리고 해방 이후 60년대 초까지 북한에서 발표한 작품을 총망라해서 싣고 있다. 그의 시는 그동안 향토적인 이미지즘으로부터 출발해서 잃어버린 고향과 모국어의 복원을 꿈꾸면서 유랑 의식 등을 표출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특히 평안도의 방언과 음식에 대한 표현이 유난히 두드러지는데, 이 전집에서는 그것을 ‘민속적 상상력’이라는 말로 정리하면서 공동체의 상실에 따른 근대인의 소외라는 관점에서 분석을 시도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 전집의 제2부에는 8·15 이후의 시와 「집게네 네형제」를 비롯한 동화시, 그리고 평론들이 수록되어 있다. 이 작품들을 통해 한 시인이 낯선 정치적 이념의 갈등 속에서 어떠한 활동을 펼쳤으며, 또한 그러한 정치적 환경이 시인의 상상력 속에 어떻게 개입했는가를 살펴보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

 

/안도현(시인·우석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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