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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 의미를 향한 소리없는 절규

'빅터 프랭클' 오승훈 옮김, 청아출판사, 2005

“오늘날 가장 긴급하고 중요한 현안은 삶이 무의미하다는 생각에 대응하는 것이다.”

 

이 말은 오스트리아 빈대학 신경정신의학부 교수이자 유대인으로서 2차 세계대전 당시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서 생사를 넘는 수감체험을 했던 프랭클의 말이다.

 

알몽뚱이 목숨 뿐 더 이상 아무 것도 잃을 것이 없는 극한상황을 체험했던 그는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현대인이 인류 역사상 가장 풍족한 삶을 살고 있는데, 생존의 의미는 가장 빈곤한 시대에 있다고 말한다.

 

사회적 욕구는 어느 정도 충족시키고 있으나, 의미에 대한 욕구가 결여되어 있는 시대의 자화상을 그는 우울증, 공격성, 중독 등이 난무하는 ‘집단신경증’으로 읽고 있다. 이는 삶의 의미를 상실하고 실존적 공허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이기도 하다.

 

삶의 공허감이나 실존적 절망감을 물질이나 돈 혹은 권력으로 대체하며 자신의 삶을 영위하는 우리의 모습 속에는 분명 삶의 건강한 의미가 결여된 집단신경증의 모습이 들어 있다.

 

삶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어떻게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는가? 삶의 행복이란 과연 무엇일까?

 

이러한 물음에 대해 명쾌한 대답을 주는 현대의 명저 가운데 하나가 프랭클의 『의미를 향한 소리없는 절규』다. 이 책은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욕구, 결국 의미에 대한 추구가 인간 존재의 독특한 특징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 책에서 테레지안스타트의 유대인 강제수용소에서 다음날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옮겨져 죽을 운명에 있는 젊은이 1000명이 수용소 도서관을 습격하여 각자 좋아하는 시인, 과학자, 소설가의 책을 훔쳐 가방에 몰래 숨기는 사건을 있었다는 것을 소개하며, 의미에 대한 의지는 삶의 제1관심사라고 말한다.

 

우리가 삶의 희생자가 되어 희망이 없는 상황이나 바꿀 수 없는 운명에 직면한 가운데서도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으며, 시련과 고통 속에서도 의미추구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그는 강조한다. 인생이란 평생 묻고 대답하는 기간이며, 매일 삶이 우리에게 묻고 우리는 매일 대답하며 삶을 살아간다. 여기에서 삶에 응답하는 것은 우리의 삶에 스스로 책임진다는 것을, 자신의 삶의 의미를 찾는다는 것을 뜻한다.

 

“왜 사는지 아는 사람은 어떤 고난도 이겨낼 수 있다”는 니체의 말을 인용하며 그는 의미에 대한 의지야말로 인간의 인간성에 대한 진정한 선언이자, 정신건강 판별의 믿을 만한 기준이라고 주장한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과 아들러의 개인심리학에 이은 정신요법의 제3학파라 불리는 로고테라피(logotherapy)를 창시하여 실존적 의미치료를 시도하고 있는 프랭클의 이 책은 진정 삶을 치료하는 힘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해 주고 있다. 이 책은 삶의 무상함, 의미상실, 권태로움, 불안 등 실존적 공허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이나 삶의 의미에 대한 의지가 필요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따뜻한 실존적 에너지로 삶을 건강하게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들도 꼭 한번 읽어야 할 책이다.

 

/김정현 교수(원광대 철학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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