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토지를 매매하는 단위로 법적으로는 미터법을 쓰고 있으나, 일상에서는 평(坪)과 마지기를 쓰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어떤 단위로 토지를 거래하였을까. 위의 문서는 1894년에 과부 신씨가 구례 용천면 용정동촌에 있는 성자답(成字畓) 1두(斗) 5도락지(刀落只)이면서, 4부(負)인 토지를 55냥을 받고 어떤 사람에게 팔면서 건네준 문서다. 여기에 사용된 몇 가지 용어를 살펴보자.
먼저 성자답(成字畓)은 무엇일까. 조선시대에는 20년에 한 번씩 전국에 있는 토지를 조사하고 이를 책으로 만들었다(量案). 이 과정에서 일정 지역의 각 토지마다 천자문의 순서대로 한문을 이용하여 번호를 매겨놓았다(地番). 그러므로 이것은 용천면에 있던 성(成)이라는 지번을 가진 토지이다. 다음으로 1두 5도락지는 한말 닷 되의 씨앗을 뿌릴 수 있는 면적이라는 의미이다. 도(刀)는 되(升)의 이두식 표현이다. 흔히 사용되는 마지기(斗落只)는 1말의 씨앗이 떨어지는 면적, 즉 1말의 씨앗을 뿌려 생육시킬 수 있는 면적을 의미하기 때문에 토지의 비옥도에 따라 절대 면적에는 차이가 난다. 지금은 200평을 1마지기라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하여도 150평 또는 300평이 한마지기가 되기도 하였다. 1평은 사방 6자, 즉, 사방 약 180㎝정도이므로 1평은 대략 3.24㎡정도다.
4부(負)는 수확량을 기준으로 설정한 것이다.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수확량을 기준으로 하였으며, 이것을 결부법(結負法)이라 하였다. 이는 수확할 때에 한 줌씩 베어서 놓은 것을 1파(把)라 하고, 10주먹이 한 다발(1束), 10속이 1 짐(1負), 100부가 1결(結)이 된다. 이 결부법은 수확량을 기준으로 했기 때문에 절대 면적은 토지가 비옥하면 줄고, 척박하면 증가한다. 그러므로 4부는 400속을 수확할 수 있는 면적이며, 이에 해당하는 세금이 부과되는 단위이기도 하다.
한편, 이 문서에는 기록되어 있지 않지만, 매매되는 토지가 몇 배미(夜味)인가를 적은 문서도 있다. 이때 배미는 면적에 관계없이 논이나 밭의 가장자리로 낮게 쌓여진 둑이나 언덕인 두렁으로 구분된 구역이다. 그러므로 평지에서의 한 배미는 넓지만, 산간에서는 좁다. 삿갓배미라는 말이 있는데 이것은 머리에 쓰는 삿갓만큼 좁은 논이나 밭을 의미한다.
이 외에도 위의 문서를 보면 흥미로운 점이 몇 가지 있다. 먼저 토지 주인이 여성인 과부 신씨이다. 또한 그녀는 이 땅을 직접 경작하지 않고 소작을 주어 세를 받고 있었다. 그리고 문서상에서 여성은 수결을 하지 않고, 먹물을 묻힌 도장을 찍거나, 손바닥 모양을 그리는 손도장[手掌]을 하였다. 이 문서에서도 신씨는 왼쪽 손바닥 모양을 그려 놓았다. 그런데 손바닥을 대고 그린 것이 아니라 손바닥 모양만을 흉내 내어 그려 놓았다.
앞으로는 전통적인 단위개념은 사용하지 못하고 미터법만 사용하게 한다고 한다. 그 이유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단위가 미터법이기 때문에 이렇게 바꾸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의미가 있는 것인지. 어쩌면 남북한이 통일 된 뒤의 혼란을 염두에 두었는지도 모른다. 현재 북한에서는 미터법만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홍성덕(전북대 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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