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앙리 파브르 지음, 김진일 옮김, 현암사...시인처럼 느끼고 표현한 '필독서'
철학자처럼 사색하고 예술가처럼 관찰하고 시인처럼 느끼고 표현하는 위대한 과학자.
「파브르 곤충기」에 평생의 신념을 담은 파브르다.
100년이 지난 지금도 ‘곤충학의 성경’으로 불리며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파브르 곤충기」는 특히 한국인들에게는 자연이나 과학 교과서 못지않게 필독서로 읽히고 있다.
그동안 그림책, 동화책, 만화책 등 다양한 형식으로 옮겨져 왔지만, 우리나라에 소개된 책들은 방대한 분량 중 재밌는 부분만 발췌한 번역본이나 요약본이 대부분이라는 것. 곤충학자로 우리나라 풍뎅이를 전문적으로 분류한 김진일씨가 「파브르 곤충기」 전 권을 옮기는 데 도전, 최근 2권을 내놨다.
김씨에게 더 시선이 가는 것은 그가 파브르가 학위를 받은 프랑스 몽펠리에 이공대학교에서 유학했기 때문. 1978년 파브르와 같은 대학에서 곤충학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파브르와 그의 곤충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 시절 우리나라의 자연과 곤충을 비교하며 파브르가 관찰하고 연구한 곳을 발품 팔아 자주 돌아다녔던 그는 언젠가 프랑스어로 쓰인 「파브르 곤충기」 완역본을 우리나라에 소개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오랜 꿈을 30년만에 이루게 된 그는 「파브르 곤충기」를 ‘소똥구리, 여러 종의 사냥벌, 매미, 개미, 사마귀 등 신기한 곤충들이 꿈틀거리는 관찰 기록만이 아니라 개인적 의견과 감정을 담은 추억의 에세이까지 10권 안에 펼쳐지는 곤충 이야기는 정말 다채롭고 재미있다’고 소개한다.
김씨는 개성적이고 문학적인 문체로 써내려간 파브르의 의도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을 했다. 파브르가 연구한 종은 물론, 관련 식물 대부분이 우리나라에는 없는 종이어서 우리나라 이름으로 처리하는 것 또한 문제였다.
곤충학이 학문으로 정상괘도에 오르지 못했던 시기였던 만큼, 잘못 기록된 학명은 현재 맞는 학명을 추적해 바꿨다. 본문에 실린 동식물은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종류와 가장 가깝도록 우리말 이름을 지었으며, 한국에도 분포하고 있는 종은 따로 표시해 ‘한국판 파브르 곤충기’를 만들려고 했다.
파브르에 빠져있다면 어린 시절 읽은 책으로는 부족하다. 이 책은 사진과 그림으로 책에 생명력을 더했다. 사진가 이원규씨는 생태사진전문작가며, 그림을 그린 정수일씨는 만화 뿐만 아니라 삽화까지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만약 ‘파브르 벌레기’였다면 어땠을까?”
누군가 웃으며 질문을 던진다.
‘벌레’라고 하면 혐오스럽고 더러운 것으로 여겨지지만, ‘곤충’은 ‘애완용’까지 등장할 정도로 꽤 귀엽게 봐준다. 그러나 ‘곤충’과 ‘벌레’의 차이는 단지 ‘한문’과 ‘한글’이라는 것. 「파브르 곤충기」를 통해 ‘곤충’과 ‘벌레’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