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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 전당(典當)문서

빚 갚지못한 서민 애환 담겨

1909년 정치안이 전당잡히면서 작성한 전당문서. (desk@jjan.kr)

가난한 집 제사 돌아오듯 한다는 말이 있다. 제사를 모실 형편도 안 되는데 제삿날은 돌아오고 자꾸 어려운 일만 벌어지는 것을 가리키는 속담이다. 이런 처지를 해결 해 주었던 것 중의 하나가 전당(典當)이다. 전당이란 어떤 물건을 맡기고 돈을 빌리는 것을 말하는데 돈을 빌려 쓴 사람이 기한 내에 돈을 갚지 못하면 맡긴 물건을 마음대로 처분하여도 좋다는 조건이 붙어있다. 때문에 전당은 급히 돈을 필요로 하는 서민들의 등을 치는 사설고리대업이라는 역기능을 늘상 수반하고 있지만, 당장 급전이 필요했던 서민들에게는 숨통과 같은 곳이기도 했다.

 

전당은 물건과 돈을 거래의 대상으로 하며, 돈을 빌려 쓰는 사람의 물건에 대한 소유욕을 전제로 하고 있다. 즉 돈을 마련하기 위해 물건을 팔지 않고 맡긴다는 것 자체는 급전이 필요할 때 임시적인 방편으로 전당이 사용됨을 의미한다. 또한 물건을 다시 찾겠다는 소유자의 소망을 담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때문에 전당은 물건이 가지는 정당한 값보다 싸게 평가하고 돈을 빌려주게 된다.

 

전당의 대상은 모든 물건일 수 있지만, 시대적 변화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시계, 카메라, 보석, 노트북, 골프채 등등 시대상을 반영하는 고가의 물건 들이 주종을 이루겠지만, 조선시대에는 토지나 가옥 등이 주류를 이루었다. 매매문서[明文]나 수기(手記)?수표(手標) 등의 형식으로 작성된 전당문기는 담보물의 내용, 빌려간 금액, 상환기한과 방법, 기한 내에 갚지 못했을 때의 처분 내용 등이 기록되게 된다. 또한 이미 진 빚을 갚지 못하였을 경우 빛을 갚기 위해 전당을 잡히는 경우도 많았다.

 

1909년 5월 정치안은 그 동안 진 빚을 갚을 수 없게 되자, 자신의 가옥과 밭 그리고 산장 등을 전당잡히게 된다. 그는 동복현 내남면 밀양촌에 있는 자신의 4칸짜리 가옥과 나무 5그루, 집 뒤쪽과 밀양촌에 있는 산장과 소나무 그리고 저동의 산장과 목면 밭 7두락지, 자근대동에 있는 콩밭 7두락지를 전당 잡혔다. 그리고 오는 8월 이내로 이자까지 포함하여 이미 진 빚을 갚되, 만일 기한을 넘기면 시가대로 전당물을 넘기기로 약정하였다.

 

이처럼 전당은 돈이 필요할 때 물건(토지 문서 등)을 맡기고 작성하는 것만이 아니었으며, 채무관계에서 발생하는 모든 행위에 대해 채무자의 변제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작성하는 경우도 많았다. 빚을 갚아야 함에도 갚을 방도가 없을 때에 물건을 전당 잡히는 것이다. 전당 물건 역시 꼭 토지 문서만은 아니었다. 때로는 사람이 되기도 하였다. 중국 증시의 열풍 속에 전당포가 호황이라고 한다. 돈이 될만한 것을 맡기고 증시에 뛰어 들고 있다니 전당은 이래저래 돈과 관련해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계륵과 같은 것인지 모르겠다.

 

/홍성덕(전북대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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