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안느 쉬스 엮음, 한오수 옮김, '솔'출판사
1922년 융은 “사랑의 문제는 경험하면 할수록 점점 더 높이 솟아오르는 거대한 산처럼 여겨진다”고 기술했다. 그리고 40년 뒤, “나의 삶, 그리고 의사로서의 경험은 끊임없이 내게 사랑의 문제를 제기했으나 결코 그 문제에 대해 타당한 답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사랑. 사랑은 거대해 어느 누구도 사랑의 문제에 대한 명확한 답을 내놓을 수 없다.
스위스 정신과 의사이며, 분석심리학 창시자인 융(1875∼1941) 역시 ‘천국에서 지옥에 이르는 거대한 사랑의 운명의 힘’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한 적은 없지만, 사랑과 사랑 안에서 비롯되는 관계에 대한 융의 생각들을 엮은 「사랑에 대하여」(솔)가 있다.
이 책에는 ‘사랑에 대한 칼 융의 아포리즘’이란 부제가 붙었다. 깊은 진리를 간결하게 표현한 말이나 글을 가리키는 ‘아포리즘’(aphorism). 융 전집과 세미나 자료에서 그가 언급한 것들이 발췌초록됐다. 인용과 짧은 원문을 실은 이 책은 사랑이라는 주제를 넘어 더 넓은 의미에서의 관계를 다루고 있다.
제1장 ‘사랑에 대하여’에서는 주로 포괄적 의미에서의 심혼(心魂)의 관계가 중요하게 다뤄지며, 제2장 ‘에로스에 대하여’에서는 심혼의 관계가 감각적 관계와 연결된다. 많은 사람들이 전통적 의미에서의 결혼생활을 제대로 유지할 수 없었기 때문에 융을 찾아온다는 것. 이 현실적인 주제는 제3장 ‘결혼에 대하여’에서 다뤄진다.
제4장 ‘공동체에 대하여’에서는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에 대해 다루며, 제5장 ‘치유적 관계에 대하여’는 융의 정신치료에서는 전이(轉移) 관계 뿐 아니라 인간적 관계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밝힌다.
융 분석가인 마리안느 쉬스는 “그는 특출난 사상가는 아니었으며, 체험하고 연구했고 순간순간을 관찰했다”며 “이 책을 읽으면서 유의할 점은 융의 초기 저술과 말년의 저술 사이에서 40년 이상의 시간 차이가 있고, 그 시간 동안 융은 멈춰있지 않고 쉼없이 자신의 사상이나 개념을 발전시켜 나갔다는 걸 인식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때문에 융의 글들 사이에서 일관성이 없는 경우가 발견된다는 것. 심리학 전문용어들에 대해 설명을 곁들였지만, 여러 곳에서 인용기술된 문장이다 보니 원저의 전후 문맥을 알지 못해 일반 독자들에게는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실제 관계맺음에서 방향감각을 상실하기 쉬운 현대인들에게 융의 말은 대단히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이 세상에 사랑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기억해야 할 건 사랑은 신과 같다는 것. 융의 말대로, 이 둘은 모두 가장 용감한 종에게만 모습을 드러낸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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