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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 심부름 말 등

△ 심부름 말 / 김수정 글 / sang / 1만원

 

 

'나는 심부름 하러 갈 때가 제일 좋아요'

 

그 반어적 문장이 호기심을 바짝 당긴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심부름 하러 가는 걸 싫어한다.

 

아이가 심부름 하러 갈 때가 제일 좋다고 하는 이유는 '심부름 말'이 있기 때문이다. 판타지지만, 심부름 갈 때만 타고 가는 말이다.

 

언덕배기에서 바람을 타고 말과 함께 하늘을 날 듯 내달리는 장면은 이 그림책의 백미다.

 

하지만 마지막 대목에선 웃음이 터져 나온다. 그 멋진 말을 타고 달려간 곳이 고작 미니슈퍼라니. 두부 한 모를 산 뒤 동네 아이들에게 으스대며 말을 타고 돌아오는 아이의 모습에 덩달아 미소 짓게 만든다.

 

 

△ 무지개 / 김진기 글 / 푸른책들 / 1만1000원

 

무지개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그림책 '무지개'는 제목에서 예상되듯 색깔 순서에 따라 이야기가 전개된다.

 

하지만 단순히 색깔을 가르치려는 책이 아니다.

 

시각을 잃은 엄마와 아직 세상에 대한 체험이 적은 아이가 '무지개'라는 사물을 두고 어떻게 교감하는지 설명한다.

 

엄마는 비록 시각을 잃었지만 오랜 삶을 살아왔기에 많은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아이는 추억이 별로 없지만 엄마와의 교감을 통해 현실과 상상의 세계를 자유로이 넘나드는 체험을 한다.

 

빨강은 엄마를 놀리는 아이들 때문에 빨개진 아이의 볼, 귤색은 엄마가 만드는 초, 노랑은 엄마가 좋아하는 민들레꽃, 파랑은 엄마가 어렸을 적 눈이 멀기 전에 보았던 하늘로 표현된다.

 

엄마는 눈가에 아른거리는 빛으로 무지개를 본다. 그리고 그 무지개는 아이의 가슴 속으로 들어온다. 눈으로 보든, 마음으로 보든 무지개는 서로 사랑하는 모든 이들의 마음속에 뜬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 나의 를리외르 아저씨/이세 히데코 글 / 청어람미디어 /1만원

 

"어떡하지, 내 도감이…."

 

그림 속 아이는 표정이 없지만, 애잔한 분위기의 그림과 안타까운 한마디 때문에 아이의 심정은 독자에게 성큼 전달된다.

 

소녀는 아끼던 도감이 망가졌지만, 새 책을 사고 싶지 않다.

 

갖고 있던 책에 정이 들어서다.

 

책가게 아저씨가 말한다. "그렇게 중요한 책이면 를리외르를 찾아가 보려무나."

 

를리외르와 소녀의 따옴표가 없는 대화는 물 흐르듯 읽힌다. 작가는 를리외르 아저씨를 통해 책 한 권의 소중함을, 장인 정신을 보여준다.

 

를리외르(relieur)는 프랑스어로 '제본'이라는 뜻이다. 책을 오래 보관할 수 있도록 튼튼하고 아름답게 보수해 주는 사람들이다. 프랑스에는 1500여 명의 를리외르가 활동하고 있으며, 국내에도 예술제본 전문공방 '렉또베르쏘' 등에서 를리외르를 양성하고 있다.

 

 

△ 놀이터의 왕 / 필리스 레이놀즈 네일러 글 / 보물창고 / 8800원

 

케빈은 놀이터에 가서 노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데 놀이터에서 놀려고 할 때마다 새미가 나타나 괴롭힌다. 새미는 자신이 놀이터의 왕이라며 다른 아이들이 놀지 못하게 한다. 그럴 때마다 케빈은 시무룩한 얼굴로 집에 돌아와 아빠와 대화를 나눈다. 아빠는 잔뜩 주눅이 든 아이를 못났다고 나무라지도 않고, 어떻게 싸워야 새미를 이길 수 있는지를 알려 주지도 않는다.

 

그저 아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주고 생각을 키우는 질문을 던질 뿐이다.

 

케빈과 아빠와의 대화는 부모가 자녀에게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용기를 얻게 만드는 대화법을 제시한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읽으면 좋다.

 

이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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